절수행 장형호(53, 본묵)-하
절수행 장형호(53, 본묵)-하
  • 법보
  • 승인 2019.06.25 11:27
  • 호수 1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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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배 일배 절규하듯 절하면서
아버지 향한 참회 담아 삼천배
영면 뒤엔 스스로에게 더 집중
껴안고 살고 있는 ‘보물’ 찾아
53, 본묵

한 배, 한 배 정성으로 절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생전의 마지막 뉘우침과 참회의 눈물이 흘렀다. 잠시 살아계시는 동안이라도 보살핌을 다해 마지막 불씨를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무릎과 허리를 굽혔고 고개를 숙였다. ‘단 며칠만이라도 자식된 도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울먹임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애절한 마음이 참회로 이어졌고 눈물로 흘러내렸다. 하염없이 땀방울과 섞여 내린 눈물은 온몸을 적셨고, 밤새 내 간절함은 계속 됐다. 

수없이 무너져 내렸다. 몸이 무너질 때마다 번뇌 하나, 탐욕 하나, 어리석음 하나, 분노 하나도 함께 버렸다. 땀구멍에서 탐진치가 빠져나왔다. 그럴수록 아버지에 대한 뉘우침은 가슴속에 가득 차올랐다. 2000배부터는 집에서 매일 108배 이상씩 절수행으로 단련해온 구참자들도 힘들어했다. 간절한 합장으로 절을 대신했다. 결국 삼천배는 끝났다. 좌복 위에 하나 둘 쓰러졌다. 

백련암 삼천배는 토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3시30분쯤 회향한다. 삼천배가 끝나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육신이 녹초가 돼버리면 ‘나’라는 아상도 저절로 내려진다. 그 자리에 보물이 있고 주인공이 있으리라. 순간일지라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새벽녘, 무수한 별들이 내 마음이 됐고, 내 마음이 무수한 별들의 마음이 되는 것 같았다. 법당 안에서 60~70여명 도반들이 함께하는 불명호와 지심귀명례는 차라리 부르짖음이었다. 온갖 번뇌 쏟아내고 진정한 자신과 조우할 수 있도록 불보살에게 지심으로 고하는 절규와 다름없었다.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윤회라는 굴레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했다. 발원하고 행동해야 했다. 적어도 내겐 기적이 일어났다. 며칠이 지났을까. 아버지는 호흡이 안정됐고, 호흡기를 뗐다. 의식은 여전히 없으셨지만 간간이 눈을 뜨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운명할 것 같던 시간이 흐르고 한 달 뒤, 아버지는 운명을 달리하셨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괴로워하며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진정 괴롭고 두려운 것은 애별리고와 죽음에 대한 괴로움과 두려움 그 자체가 아니리라. 그것을 일으켜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 내 어리석은 마음 아닐까. 지혜의 절대진리인 반야바라밀에 의지하는 주인공인 나는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니 두려움도 없다. 그러면 쓸데없는 생각에서 훨훨 벗어나 시원한 대자유의 기쁨을 만끽할 때 완전한 평온에 이르는 게 아닐까. 이것이 부처님께서 주신 가피이자 내가 주인공이라는 보물을 발견하는 순간이리라. 

“자기를 바로 봅시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늘 되새김질한다. 나는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계속 자문하며 정진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일체중생 누구나 ‘불성’이라 부르든 ‘참나’라 부르든 보물을 가지고 있다. “부처는 절에 없다. 날마다 부처를 껴안고 살면서 어디서 부처를 찾고 있느냐!” 옛 선지식의 경책을 되새겨본다. 부처가 나이고 보물이 나였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얼마나 눈물겹고 감사하겠는가. 

하루에도 수십만번 파도에 부딪친 조약돌은 둥글어지게 마련이다. 봄바람에 얼었던 강물도 녹고 꽃이 핀다. 부단한 노력이 있다면 언젠가 어느 장소에서 불현듯 보물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정진한다면 나의 주인공 자리를 찾는 기적은 반드시 일어나고 보이지 않는 부처님 가피를 체험할 것이다. 매일 108배하며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공덕 중 중생을 도우는 것이 가장 커서 부처님에게 불공 올리는 것보다 몇 천만 배 비유할 수도 없이 그 공덕이 크다. 나에게 어떤 불행이 오면 남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라. 마음속 화두 잊지 말고 마음 거울 부지런히 닦아 중생을 도우는 깨끗한 마음을 만들라.”(성철 스님이 남긴 ‘삼천배 회향인에 주는 글’)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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