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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이수경의 ‘할아버지 자전거’

기자명 신현득

서류가방부터 볏단까지 다 실어준
시골 할아버지의 자전거 향한 찬가

주민센터·은행 갈 땐 서류가방
들서 집 돌아올 땐 채소·배추
장날엔 짐봇다리 태우는 도반
농기구 실린 노래는 풍년가

자전거는 농촌 할아버지들이 편하게 타고 달리는 고마운 친구다. 꼬마들에게는 놀이 동무다.  아기들은 바퀴 셋인 세발자전거를 타고, 몇 살 더 자라면 키에 맞는 두발자전거를 골라서 탄다.    
이처럼 할아버지와 어린이들에게 고마운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바퀴를 돌리지만, 그 힘이 페달에서 크랭크, 체인을 거쳐 뒷바퀴에 전달돼 자전거가 구르게 된다. 달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는 건 중심이 잘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큰 앞바퀴에 페달을 달고 아주 작은 뒷바퀴가 따르게 한 초기의 자전거에서, 오늘의 자전거처럼 앞바퀴 뒷바퀴가 같은 크기가 될 때까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이 자전거의 재미나는 역사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자동차 수출국이 되기 이전까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전거 생산국이었다는 것도 우리 역사의 자랑이다. 농촌에서는 자전거가 할아버지의 친구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친구일까? 명작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할아버지 자전거 / 이수경

할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는 
가방도 타고 
배추도 타고
볏단도 탄다

할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는 
장보따리. 
닭 한 마리
삽 한 자루도
떡하니 앉아 간다
싱싱 달린다. 

가끔은
할아버지 노래 한 자락
뒷자리에 털썩 앉아 
기분을 낸다

이수경 동시집 ‘그래서 식구’(2016)  


 시골 할아버지 친구인 자전거다. 자전거 뒷자리에는 별난 것이 승객 노릇을 하고 있다. 가방이 자전거 뒷자리 승객이 됐다. 할아버지가 주민센터나 은행에 볼일이 있을 때다. 서류가 든 가방이 자전거 뒷자리에 올라타는 건 이 때다. 

들에서 돌아올 때는 저녁거리 채소, 배추가 올라탈 때가 있다. 추수에 바쁠 때는 볏단도, 콩단도 올라탄다. 장날이 되면, 장봇다리가 뒷자리에 그득하다. 장에 내다 팔 물건들이다. 장에서 돌아올 때는 장에서 구한 물건들이다. 그 중에는 손자들 장난감도 과자도 있다. 닭이 혼자 할아버지 자전거 뒷자리를 차지하는 때는 푼돈이 아쉬워 장에 내다 팔 때다. 이때는 묶인 닭이 혼자서 자전거 뒷자리에 탄다. 팔려가는 신세지만 차를 타는 재미는 있을 거다. 

삽자루가 자전거를 탈 때는 할아버지가 논물을 보러 갈 때다. 봇도랑을 거쳐 논을 적셔주는 논물의 양을 조절하는 데에는 삽이 필요하다. 이때는 삽자루를 자전거 뒷자리에 꽁꽁 묶는다. 벼도 잘 자라고 잡곡도 잘 자라고 있으니, 들판은 풍년이다. 기분이 썩 좋은 할아버지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 이놈도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 털썩 앉는다. 아주 시적인 표현이다. 노래는 풍년가일 것이다. 

“얼씨구 절~씨구 풍년일세. 좋~다!” 

시의 작자. 이수경(李壽慶) 시인은 경남 산청, 지리산 뜸마을 출생이다.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등단, ‘우리 사이는’(2011), ‘억울하겠다, 멍순이’ 등 동시집을 내었고, 황금펜 아동문학상(2010), 눈높이 아동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다. 신심 있는 불자이며 법명은 백련화(白蓮華)이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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