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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정헌율의 ‘악구’

  • 기자칼럼
  • 입력 2019.07.01 13:38
  • 수정 2019.07.01 15:42
  • 호수 1495
  • 댓글 0

말에 살고 말에 죽는 직업, 바로 정치인이다. 정치인에게 말은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들에게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최근 몇몇 정치인들이 자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을 쏟아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욱이 발언의 피해자가 이주민 등 사회적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었기에 국민들의 공분이 컸다. 그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있다.

황 대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를 조장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곧이어공감능력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검찰,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주장은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 및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적에 따른 임금차별 금지'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뒤늦게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발언은 황 대표뿐만이 아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최근 다문화 가족 자녀를 ‘잡종’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더욱이 정 시장이 ‘잡종’ 발언을 한 곳이 다문화가족 운동회였기에 공분은 컸다. 논란이 커지자 정 시장이 급히 해명을 내놨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분노는 배가 됐다. 정 시장이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잡종이라고) 한 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튀기’는 혼혈아를 칭하는 비하적 표현이다. 

시민단체들은 정 시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익산시는 전북에서 결혼 이민자가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인데다 우리나라 첫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은 곳이다. 게다가 정 시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전력도 있어 그의 이번 인종차별성 발언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잇따른 두 정치인의 이주민에 대한 막말은 다문화가족이 일상적으로 차별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심각한 차별과 혐오적 발언이라는 것을 인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다문화 인구는 200만명을 훌쩍 넘었다. 국내 다문화 가구도 3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문화가정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진전된 것이 없어 보인다.

천박한 상황 및 현실 인식을 드러내는 수준 낮은 정치인들의 말은 국민을 더욱 낙담하게 만든다. 저급한 정치인에게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맡겨야 되는 현실이 서글프기 때문이다. 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인격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임은호 기자

보살계 십중대계 가운데 반 이상이 말과 관련된 내용이고 ‘천수경’ 제일 첫머리도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분열과 증오가 아닌 화합과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말부터 살폈으면 한다.

eunholic@beopbo.com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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