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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운 스님, 총무원장 자리에서 내려오시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07.01 13:40
  • 수정 2019.07.02 10:51
  • 호수 1495
  • 댓글 1
편백운 스님은 새롭게 선출된 총무원장 호명 스님에게 종단의 미래를 맡기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나시라. 편백운 스님 스스로 말했듯이 “1700년 한국불교의 정통을 계계승승 이어온 태고종은 이제 모두가 종단의 희망이 되고 주인이 되는 시대적 사명 앞에 서”있지 않은가. 

“법문(法門)의 흥함과 기울어짐은 승려들에게 달렸다.” 중국 운문종의 종색 선사가 남긴 가르침이다. 승려의 위상만 전한 건 아니다. “승려가 소중하면 법도 소중하고, 승려가 가벼우면 법도 가볍게 된다”는 엄중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종색 선사는 승가 내에서의 ‘소중한 승려’가 되기 위한 방책도 전했다. “총림의 소임을 담당하여 뜻하지 않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면 항상 도반들을 마땅히 공경하라.” 

조계종과의 결별 선언과 함께 태고종이 공식 창립(문화공보부 등록)된 건 1970년 5월이다. 자의든 타의든 ‘점유한 교구본사’라고는 승주 선암사 하나뿐이었으니 도약의 나래를 펼치기보다는 종단체제 정립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긍심은 대단했다. 절은 놓쳤지만 ‘의례’만은 올곧이 품은 태고종이었기 때문이다. 조계종과 한 뿌리였다는 점, 불교의례를 전승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산 교계언론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태고종을 ‘한국불교 제2종단’으로 인정했다.

독립 종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출만 했던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선 태고종은 안타깝게도 자체 분규에 휘말렸다. 태고종을 등진 세력은 또 다른 종단을 세웠다. 18개 종단이었던 한국불교계에 불교재산관리법 폐지(1988) 직후 66개의 신흥종단이 들어서는데 태고종 분규가 주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부 분규로 인해 종단규모는 창립 초기에 비해 상당 부분 약해졌지만 “탈종할만한 세력은 모두 떠났다”고 판단한 종단 핵심 스님들은 총무원을 중심으로 전국의 각 지방 종무원 체제를 다져가며 종도들의 힘을 응축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다. 

“종도 결집만 성공시키면 조계종과 견주어도 손색 없다”는 자신감을 보인 태고종은 ‘93 대전엑스포 원만성취를 위한 영산대재 및 10만 관등법회’(1993)를 원만히 회향함으로써 태고종의 존재를 대내외에 각인시켰다. 태고종 도약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던 대법회이자 전환점이었다. 단언컨대 그 이후 2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종도들의 힘을 바탕으로 종단 역량을 발휘했다면 적어도 ‘한국불교 제2종단’ 위상에 균열이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영산대재 및 10만 관등 법회’ 전후 10년은 비교적 안정 국면을 유지했다. 승가교육·분담금 납부 체제를 손보며 나름의 개혁 가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태고종은 또 다시 내홍을 연이어 치렀다. 종연, 운산, 인공, 도산 총무원장 집행부가 들어섰지만 비리, 횡령, 반목, 비방, 갈등, 암투로 점철되며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개혁을 단행할 인물보다 공심을 가진 인물이 태고종에 필요하다’는 말이 교계에 회자된 연유가 여기에 있다. 태고종 26대 총무원장 선거(2017)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편백운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 직후 “태고종의 미래를 짊어질 막중한 선택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한편, 가슴 끝까지 저려오는 무거움과 의지를 느낀다”고 했다. 위기에 처한 태고종을 다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당선 소감이었다. 그러나 편백운 전 총무원장은 역대 어느 총무원장도 발언하지 하지 않았던, 아니 꿈에서라도 언급할 수 없었던 말을 2019년 신년기자 회견을 통해 서슴없이 던졌다. “태고종은 기구가 너무 산만하다. 현 제도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다. 특히 중앙종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사 기능이 적당한지 의문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수준을 넘어선, ‘편백운 총무원장 독재’를 선언한 셈이다. 중앙종회와 원로회의의 ‘불신임’ 결정은 너무도 당연했다.  

편백운 스님은 당선 직후 “가슴 끝까지 저려오는 무거움” 속에 종색 선사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다짐했어야 했다. “태고종의 흥함과 기울어짐은 승려들에게 달렸다. 총무원장 소임을 맡아 권한을 갖게 되었으니 항상 종도들을 마땅히 공경하리라.” 사회법 운운하며 총무원장 자리에 연연하는 건 불제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마땅히 공경해야 할 종도들에게 그간의 과오를 참회하고 총무원장 자리에서 내려오시라. 그리고 새롭게 선출된 총무원장 호명 스님에게 종단의 미래를 맡기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나시라. 편백운 스님 스스로 말했듯이 “1700년 한국불교의 정통을 계계승승 이어온 태고종은 이제 모두가 종단의 희망이 되고 주인이 되는 시대적 사명 앞에 서”있지 않은가.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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