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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참여로 사찰재정 '맑고 투명하게'

기자명 김형규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재가불자 재정공개 요구

불자들 사이에서 재정공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폭력으로 얼룩졌던 조계종 사태도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막대한 예산을 만지는 자리를 서로 차지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1년 예산은 100억 여원. 이 돈은 모두 24교구 본사에서 올리는 분담금과 선본사 갓바위, 강화 보문사 등 4개의 직영사찰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총무원장은 이 예산을 운영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또 각 교구본사의 주지 인준권과 직영사찰의 주지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 않게 들어오는 돈도막대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에 대한 공개와 집행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점이다. 사찰에서 들어오는 수입의 대부분은 신도들의 시주금과 불사금이다. 그러나 조계종 대부분의 사찰이 신도들의 참여없이 스님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재정이 집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정의 현황이나 집행에 대한 투명한 재정공개가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도들의 사찰 운영참여가 일방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또 스님들은 문중과 은사, 사형·제 관계 등으로 얽혀 있어 재정에 대한 정확한 감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4년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의(범종추)는 사찰운영 위원회법을 제정해 신도들이 사찰운영 참여를제도적으로 보장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신도들의 사찰운영 참여는 극히 일부 사찰을 제외하고 철저히 봉쇄 당했으며 결국 조계종 사태라는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 것이다.

최근 범불교재가연대회의는 "조계종의 고질적인 분규가 신도들을 배제한 사찰운영에 있다"고 보고 신도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법보신문은 종단과 사찰에서 투명한 재정운영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 종단과사찰을 선정해 제도와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길 상 사

불교전통 따른 대중 공의제
스님은 돈 만지지 않아

길상사는 조계종에서 가장 투명한 재정운영을 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곳의 특징은 불교전통에 따른 '대중공의제'. 길상사 스님들은 주지 스님을 중심으로 총무, 재무, 교무, 원주 등 다섯가지로 나눠진 소임에 따라 사찰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일은 합의를 통해 해결한다. 재정운영에 있어서도 다섯 스님의결재가 차례로 나야 집행을 할 수 있어 일반 사찰에서처럼 주지 스님이 전횡하는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

길상사는 또 스님은 결재권만을 가질 뿐 결코 돈을 만지지 않는다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신도들이 돈을 관리하지만 신도들도 되도록 돈을 만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길상사에서는 사찰의 수련회나 불사금도 모두 장부상에 기록만 할 뿐사무실에서는 돈은 받지 않고 신도들이 자율적으로 불전함에 내도록 하고 있다.이것은 돈을 만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음속의 부정까지도 방지 하기 위해서다.물론 경리장부와 들어온 돈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것 또한 신도들에 대한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또 매일 저녁 개봉하는 불전함도 스님들의 입회하에 신도 두 명이 함께 개봉하고 있으며 각 명목에 따라 반드시 그날 경리장부에 기록한다.

이렇게 명목별로 기록된 경리장부는 매월 길상사의 모든 스님들이 모인 상태에서 함께 감사를 하고 격월로 발간되는 소식지 '길상지'에 모든 재정을 공개하고있다.

※천 태 종

신도들의 재정관리와 집행
스님은 수행과 결정권만

천태종은 종단운영에 사부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가장 모범적인 종단이다.
특히 신도들이 사찰의 재정 관리와 집행을 맡고, 스님들이 돈을 만지지 않고결재권만 갖는 전통은 오늘날 천태종을 일궈낸 가장 큰 힘이 됐다.

천태종의 재정운영의 특징은 신도들에 의한 경영과 투명한 재정공개에 있다.
각 사찰 신도회는 사찰의 운영과 재정을 모두 통괄하는 실질적인 주체다. 신도회에서 사찰재정을 맡는 재무를 둬 사찰운영에서 비롯되는 모든 재정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중앙에 빠짐없이 보고한다. 재무는 신도회에서 가장 투명한 인물을선정해 중앙에 올리고 중앙에서는 수행경력과 이력을 살펴보고 승인을 하며 만약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신도를 올리도록 통보한다.

재무를 맡는 신도는 사찰 당 2명이 보통인데 큰 사찰의 경우 4명까지도 재무를맡는다.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반드시 남·녀 신도를 한명씩 둬 남·녀 신도들이평등하게 재정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점이다. 또 큰 사찰의 경우 재무 스님을 따로 중앙에서 파견해 신도들과 함께 재정을 관리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각 사찰 주지 스님의 임기는 3년으로 중앙에서 파견하며 활동비외에 개인적인재산은 전혀 가질 수가 없다. 또 모든 공적인 재정 지출은 영수증으로 처리하고있다.

스님과 신도의 정확한 역할 분담의 토대위에 투명한 재정 운영을 하고 있기때문에 스님이 상주하지 않고 신도들만으로 운영되는 사찰이 많은 것도 천태종의 특징이다.
천태종의 각 사찰들은 또 정해진 분담금이 없다. 각 사찰의 재정상태에 따라중앙에서 그때 그때 분담금을 차등 적용한다. 이와함께 문제가 있는 곳을 수시로 감사하고 비리가 있을 경우 종단적인 징계외에 사법처리를 통해 배상을 하게 하는 강력한 감사제도는 천태종의 재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태 고 종

재정현황 10여 년간 공개
매월 <월간 불교>에 게재

태고종 성주암(주지 종연 스님)이 재정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부터다. 성주암은 매월 한달간의 수입과 지출을 명시한 '성주암 수출입계정'을 태고종이 발간하는 《월간불교》에 10여 년간 게재 공개해 왔다.

'성주암 수출입계정'에는 수입과 지출, 전기이월금과 차기이월금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수입부분에서는 인등불사를 통한 수입금과 백일, 천도, 신중, 산신, 동지 불공금 등 각종 기도법회를 통해 들어온 수입금을 명시하고 있다. 또 헌공과중창불사 시주금을 비롯해 은행 온라인으로 들어온 돈과 은행이자까지 적시하고있다.

지출금 역시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교육과 포교를 위해 지출된 재정과 원사관리비, 중창불사금 등이 기록돼 있다. 여기에 차량유지비와 경조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주지 스님을 비롯한 소임자들의 판공비까지 명시돼 있다. 이 수출입계정만 보면 한달간 사찰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종연 스님은 이제 사찰의 재정공개를 통해 승가에 대한 신의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한다.무엇보다 승가와 재가의 신의가 두터워졌을 때 신도들의 신심도 그만큼 깊어질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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