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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방랑 마치고 고향으로 가는 지광국사부도

기자명 이병두

사람들 욕심에 상처입은 비운의 성보

1911년 일제에 의해 시련 시작
팔리고 해체, 보수되기를 반복
문화재 환지본처 확산 되어야

‘폭격 유탄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지광국사 부도’. 출처 : 성두경 사진집 ‘다시 돌아와 본 서울 – 서울 1951년 겨울’.
‘폭격 유탄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지광국사 부도’. 출처 : 성두경 사진집 ‘다시 돌아와 본 서울 – 서울 1951년 겨울’.

6월7일 문화재청장 일행 10여명이 강원도 원주시 법천사지를 찾아 원주시청 관계자와 ‘지광국사현묘탑(이하 ‘부도’) 이전 및 보존방안’ 등을 논의했고, 얼마 뒤 “지광국사탑을 원래 있던 법천사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도는 조각이 뛰어나서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해서 20세기 초 이래로 숱한 고통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 이전 결정 소식을 전하면서 ‘미인박명 지광국사탑의 파란만장한 파괴 유랑기’라고 한 일간지 기자의 한마디에 이 부도의 기구한 운명이 담겨있다.

1911년 9월 일본인 모리라는 사람이 법천사 터에 있던 이 부도를 사들여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인 사업가에게 팔았고, 그 사업가는 또 크게 웃돈을 붙여 일본 오사카의 다른 인물에게 팔아넘겨 1912년 5월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이 부도의 매매가 불법행위라며 “조선총독부로 반환하라”고 촉구하고 이에 연루된 사람들을 소환하여 본격수사에 나서자, 최초 매수자 모리가 다시 사들여 총독부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이 부도의 방랑과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여주‧이천 지역에 있던 다른 탑‧부도‧석등 등과 함께 1915년에 열린 조선물산공진회(박람회)에 전시되면서 경복궁 미술관 앞에 임시로 자리를 잡았다가 1923년에는 경회루 동편으로 옮겼고 1932년에 해체‧복원 그리고 한국전쟁 때 파괴당해 방치되었다가 1958년에 다시 보수 및 복원…. 1981년에는 경복궁 서쪽 뜰에 자리를 잡았다가 2016년에 다시 해체 작업에 들어가는 등 본래 있던 곳을 떠나온 뒤 100년 동안 편한 날이 없었다.

1951년 가을에 촬영한 이 사진에서 보듯이, 이 부도가 겪은 가장 큰 고통은 아마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부서져 산산조각이 난 채로 여러 해 동안 버려졌던 일일 것이다. 1958년 급하게 복원하였는데 그것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의사가 심장수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고 복원 기술도 향상되어 거의 완벽한 모습을 찾게 되었다는 소식이 반갑다. 이에 더하여 단순한 복원에 머물지 않고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한다는 정부의 결정이 더욱 반갑다.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원주시의 끈질긴 반환 요구가 역할을 했을 테지만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게 된 우리 사회 분위기 변화가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이 부도가 더 이상 지난 100년간 겪은 고통을 다시 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앞으로 문화재 당국이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불행한 시절에 본래 자리를 떠나 문화재청과 국립박물관이 ‘소유‧보관’하고 있는 다른 문화재들도 ‘환지본처(還之本處)’해주는 적극 행정을 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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