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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율장의 불제불개변(佛制不改變)

기자명 법장 스님

불교의 새로운 청규·포괄적 보살계 해석 필요

부처님이 정하신 율장은 
수정하거나 바꾸지 않아
급변하는 시대 적응위해
끊임없이 사유·해석해야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가고 있다. 이런 시대상에 따라 불교 내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시대에 상응하기 위해 여러 경전과 사상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대상에 맞는 불교의 가르침을 제안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불교적 삶에 대한 고찰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불교의 삼장(三藏) 중의 하나인 ‘율장(律藏)’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율’이나 “계율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율장이다. 인도에서부터 전 세계로 불교가 전파되어 가는 도중에 여러 사상의 변화 등이 존재했으나 이 율장만큼은 가장 원시의 형태를 간직한 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현대사회가 되며 많은 것이 윤택해지고 생필품 등에 큰 변화가 생기며 최근에는 이 율장을 현대적으로 바꾸거나 일부분은 무시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종종 들린다. 불교를 유지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큰 토대가 된 승가가 승가로서 존경받고 앞으로도 이어져 갈 수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이 율장을 잘 받들고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승 삼보의 하나로 존중받는 것이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율장에 대해 여러 문제점과 변화 등을 모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도와는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율장에 담긴 출가자의 삶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노력 속에서도 율장이 변하지 않고 지금에까지 유지되어 온 이유가 있다. 율장의 역사 속에서는 ‘소소계 논쟁’이라는 것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승가의 규칙에 대한 불만들이 나왔고 이러한 것을 부처님 가르침대로 정립하기 위해서 마하가섭을 중심으로 500명의 비구들이 모여 ‘제1결집’을 열었다. 여기서 우파리 존자에 의해 율장이 암송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유언으로 남기신 “소소계에 대해서는 바꿔도 괜찮다”는 구절이 문제가 된다. 아난이 그 소소계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가리키는지를 부처님께 묻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마하가섭이 이 소소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없기에 부처님이 정하신 율장의 내용을 고치지 않고 바꾸지 않는다는 ‘불제불개변(佛制不改變)’의 원칙을 세웠고 그로 의해 지금까지 모든 불교에서 율장을 바꾸거나 필요에 의해 특정 구절을 빼거나 넣는 것을 절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것을 한다면 불교를 파괴하는 행위인 ‘파승(破僧)’이라고 하여 가장 엄격한 벌로 다스린다. 

그러나 이런 절대적 원칙이 있다고 하여 시대상을 무시하고 원칙대로 살아왔다면 불교가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점차 등장한 것이 바로 보살계와 청규이며 현대사회에서는 각 종단의 종헌종법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이는 불교의 근본인 율장을 유지하면서 그것이 소화할 수 없는 현대의 다양한 변화와 문제를 불교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등장하고 발전한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바뀌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의 근본인 율장을 바꾸거나 무시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러는 순간 불교는 스스로 불교를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 속에 떨어트리는 것이 된다. 

하루하루가 변화하는 시대에 불교적 가치를 잘 유지하며 보다 원만하게 변화와 상응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새로운 청규나 보다 포괄적인 보살계의 해석 등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가 변화한다고 해서 급한 생각에 섣불리 책임질 수 없는 의견을 내고 그것에 동조한다면 앞으로의 불교는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올바른 불교적 가치관과 변화를 사유하고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가 참으로 불교를 지키고 넓혀가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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