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양수의 총명
119. 양수의 총명
  • 김정빈
  • 승인 2019.07.02 09:44
  • 호수 1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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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부족한 재주가 때론 목숨을 잃게 한다 

양수, 조조의 수하로 일하면서  
총명함 수차례 발휘 칭찬받아 
유비와 전쟁 중 조조 승산없자
그 날밤 군호를 계륵으로 정해
양수, 군호 듣자 부하 철수지시 
조조, 유언비어 혐의로 처형해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양수(楊修)는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오늘날의 총리인 승상 자리에 있던 조조 아래에서 주부(主簿)로 일했다. 어느 때 조조가 아랫사람에게 화원을 만들게 한 일이 있었다. 화원이 완성되자 조조는 현장으로 시찰을 나갔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화원의 문에 활(活)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떠났다.

잔뜩 긴장하여 상관의 평가를 기다리던 관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는 것을 본 양수가 웃으며 말했다.

“승상께서는 문이 너무 넓다고 하시는 거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문(門) 자에 활(活) 자를 써 넣으셨으니, 그게 넓을 활(闊) 자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제야 상관의 뜻을 알아챈 관리가 문을 좁힌 다음 조조를 다시 초청하자 조조는 관리에게 어떻게 자신의 의중을 알았는지를 물었다. 관리는 사실대로 대답했고 조조는 양수의 똑똑함을 칭찬했다. 어느 때 변방의 소수민족이 조조에게 오늘날에는 요구르트라 불리는 죽을 선물로 보내왔다. 조조는 그 죽이 담긴 통 위에 일합(一合)이라는 글자를 적어 두었다. 그러자 양수가 그 죽을 떠서 먹었다. 조조가 까닭을 묻자 양수가 대답했다.

“일합은 일인일구(一人一口)로 파자(破字)가 됩니다. 그러니 한 사람마다 한 입씩 먹으라는 뜻이 아닙니까?”

조조는 또 다시 양수를 칭찬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조조가 동관으로 출병하던 중에 채옹의 딸인 채염의 집을 방문했는데 채옹은 당대의 일급 문장가였고 채염은 흉노에 끌려가 있던 것을 조조가 구해준 일이 있는 미인이었다. 채염에 의해 환대를 받던 중 조조는 그 집 벽에 걸려 있는 ‘황견유부(黃絹幼婦) 외손제구(外孫齎臼)’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조조는 부하들을 돌아보며 글귀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중에 양수가 홀로 자신은 글귀를 해석했노라고 말했다. 이에 조조는 “아직은 말하지 말게. 나도 수수께끼를 풀어볼 테니까”라고 말한 다음 행군을 이어갔다. 조조는 채염의 집으로부터 3리 정도를 간 다음에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그가 양수에게 말했다.

“그 문장은 한 글자를 두 글자로 파자한 거야. 황견은 노란색 비단인데, 노란 것은 색(色)이고 비단은 실(絲)이지. 이 두 글자를 합치면 끊어질 절(絶) 자가 되는군. 유부는 어린 며느리인데 어린 며느리는 소녀(小女)야. 이 두 글자를 합치면 묘할묘(妙) 자가 되거든. 외손은 딸의 아들이고 딸의 아들은 여(女) 자와 자(子) 자로 풀 수 있어. 이 두 글자를 합치면 좋을호(好) 자가 되고 제구는 침을 뱉는 그릇이므로 매울 신(辛) 자와 받을 수(受)자로 풀 수 있으니 말씀 사(辭) 자가 되는군. 따라서 ‘황견유부 외손제구’는 글재주가 많은 채옹이 장난삼아 ‘절묘호사’, 즉 ‘뛰어나게 좋은 말’이라는 뜻을 이렇게 수수께끼처럼 쓴 거야. 그렇지 않은가?”

“예, 그렇습니다.” 하고 양수가 대답했고, 조조는 “나는 자네보다 깨달음이 3리가 늦군”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렇게 대범한 체하였지만 조조의 속마음은 달랐다. 그러한 양수의 재능을 일면으로는 시기하고 일면으로는 두려워한 그는 기회를 보아 양수를 처단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던 중 때가 왔다. 그때 조조는 한수를 사이에 두고 유비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는 명분상 어쩔 수가 없어서 군대를 일으켜 그 전투를 시작했지만 승산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점은 그 전투에서 이긴다고 해도 명분을 세울 수 있을 뿐 실리로는 얻는 것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철수를 해야 하는 것일까를 망설이는 조조에게 장군 하후돈이 들어와 오늘밤 군호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때 조조는 계륵(鷄肋 : 닭갈비)을 앞에 놓고 막 먹으려던 참이었다. 그는 무심 중에 “오늘밤 군호는 ‘계륵’이오”하고 대답했다.

군호가 계륵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양수는 부하들에게 군장을 꾸려 철수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것을 알고 하후돈이 까닭을 묻자 양수가 대답했다. 

“계륵은 먹으려면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음식입니다. 지금 승상께서는 이번 전투를 계륵 같은 것으로 여기고 계십니다. 그러니 곧 철수를 명령하실 게 뻔합니다.”

이에 하후돈 또한 부하들에게 군장을 꾸리게 했고 이 사실이 조조에게도 알려졌다. 조조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군심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을 적용해 양수를 처형했다.

신구의(身口意) 삼업 중 근본이 되는 업은 의업(意業)이다. 의업은 삼업 중 범하기가 쉽다. 마음은 가장 가벼운 것이고,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쉽사리 좋거나 좋지 않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인데, 몸으로 하는 행업에 비해 입으로 하는 구업인 말은 상대적으로 행하기가 쉽다.

남을 비난하는 것은 남을 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남을 때리는 일은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 사람도 말로써 남을 때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말로써 남에게 맞았을 경우, 그는 몸으로 맞은 것 못지않은 모욕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된다.

남에게 들은 한 마디 독한 말은 평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남에게 독한 말을 하는 것은 그에게 독약을 주입한 것과 같다. 남에게 실제 독약을 주면 법은 그를 처벌한다. 같은 의미에서 남에게 독한 말이나 저주하는 말을 하면 우주적 이법(理法)인 다르마(Dhrma, 法)로부터 업보라는 처벌을 받는다.

양수의 경우 총명하여 생각이 빠른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빠른 생각을 곧바로 입으로 옮겨갔다는 데 있다. 그는 뇌에서 일어난 내용을 일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입으로 옮겨갔다. 그는 수양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재승덕박(才勝德薄)이라고 했다. 재주가 많다 보면 덕이 부족하기 쉽다. 재주는 자신을 빛나게 하지만 박덕은 때로 목숨을 잃게 한다. 박덕은 말을 통해 드러날 때가 많다. 재주가 있는 사람으로서 덕을 닦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쉽지 않은 것을 해내는 사람이 정어(正語)를 닦는 팔정도 수행자이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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