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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식품시스템으로 보는 세상 ②

기자명 고용석

글로벌이라며 10억명이 굶는 현실

세계적인 식품 시스템으로
늘 저렴하게 생산한다지만
기아와 비만 부작용들 상존

세계 인구도 급증하고 기후의 파행적 변화·물 부족·석유고갈의 폭풍도 휘몰아치고 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인류를 먹여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급박한 당면 과제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르지만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유럽과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와 거대기업에 근간한 ‘글로벌 식품시스템’이다. 이는 세계 어디든 비용이 가장 낮은 곳에서 만들어 수요가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그 대안으로 지역식품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시스템은 식량을 언제나 무한하게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 약속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급증하는 세계 인구를 부양할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는데 크게 성공한 것 같지만 엄청난 부작용도 드러냈다. 먼저 시장접근이 어려운 가난한 나라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공급과잉임에도 10억의 기아인구가 생겨나는 이유이다. 비만·인수공통 전염병·식품안전·치명적 환경파괴·자연의 생산능력 고갈·음식쓰레기 등도 그 부작용들이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이 시스템의 숱한 이점에 비하면 부작용은 사소한 대가일 뿐이고 글로벌 시스템 외는 인류를 먹여 살릴 다른 대안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기후변화를 견딜 수 있는 GMO(유전자조작식품)를 통해 앞으로 20년간 수확률을 두 배로 올리면 식량의 가용성과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로벌 시스템은 안정된 기후와 풍요로운 물, 값 싼 에너지가 전제되어 가능했다. 작금의 파행적 기후변화·물 부족·석유고갈의 폭풍은 부작용을 넘어 글로벌 시스템 자체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미 2010년 러시아가 가뭄으로 곡물 수출을 제한하자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 중동 아프리카의 굶주림으로 인한 민중 저항을 촉발하고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재스민 혁명을 경험했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심각한 사태가 다반사가 될지 모르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과 식습관 변화 없이는 결코 지속가능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연구에 따르면 GMO개발에 예상을 뛰어넘어 노벨상을 받을만한 약진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1인당 육류소비와 그 추세를 상당히 줄이지 않으면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가 힘들다고 한다. 엄청난 자원부담과 외부효과도 그렇지만 세계 인구가 해마다 8000만명씩 증가하고 그 와중에 중국 인도 등 약 30억 명이 먹이사슬의 더 위로 올라가서 더 곡물 집약적인 육류를 소비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방향은 지역식품을 더욱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텃밭 등 친환경농과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고 거대 산업농이 생산하는 세계 식량의 몫을 소농들과 중간규모의 농민들이 대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 식품시스템의 현 위치와 지향점 사이에 놓인 근본적인 걸림돌은 식량공급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식품수요, 그중에서도 육류수요를 그것도 상당부분 줄이는 일이다.  

미국 프레스콧대학의 팀크루즈 교수와 호주 과학산업연구소(CSIRO) 피플스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우 생산적인 혼작 농업과 양식업을 대거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체제를 통해 효율적인 증가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의 경우 고기수요를 현재보다 1/8수준으로 줄이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고 한다. 

결국 현대 식품경제 이야기는 육류의 도전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이 근본적인 걸림돌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지속가능성의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먼저 당분간 외부비용을 메우기 위해 식품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므로 싼 가격보다는 정당한 가격을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육류소비를 줄이는 일이 사실 경제학이 아니라 사고방식에 관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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