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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기자명 김형중

석가탑과 분단 등 역사 소재 도입
뜨거운 민족사랑·역사의식 노래

아사달·아사녀를 화해시키면서
분단된 민족통일과 평화 염원
시비분별 떠난 중도사상 담고
시어 반복 통해 주제의식 강조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醮禮廳)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1930~1969)은 한국시단의 참여시, 저항시의 대표적 시인이다. ‘껍데기는 가라’가 그의 대표시이다.

그의 시는 4·19학생혁명의거, 동학농민혁명, 통일신라 석가탑의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 분단된 한반도 등 역사적 소재를 시 속에 도입시킨 것이 특징이다. 우리 민족의 운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투철한 역사의식과 고운 언어로 노래하였다.

1960년 4·19학생의거나 동학농민혁명의 순수한 민주의식과 민중정신이 왜곡되고 짓밟힌 현실에 대한 저항적인 표현으로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고”라고 외치고 있다. 

시인은 1963년 첫 시집 ‘아사녀’를 발표하였다. 아사녀는 석가탑을 조성하려고 서라벌에 간 석공(石工) 아사달의 여인이다. 

‘껍데기는 가라’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연인의 사랑을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라고 하여 결혼을 시켜 화해시킴으로서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고 있다.

마지막에서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결구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순수한 사랑인 ‘흙가슴’만 남고, ‘쇠붙이’가 상징하는 외세의 총과 탱크, 전쟁과 강압 등 무력으로 억누르는 모든 세력은 물러가라 외치고 있다. 거짓과 왜곡, 허위는 물러가라고 알맹이와 진실, 순수함만 남으라고 외친 평화와 통일을 노래한 시이다.

시에 나타난 신동엽의 사상은 불교의 중도(中道)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한 길을 가는 것이다. 시비, 정사, 호오, 미추 등 대립된 관념에 빠지면 갈등과 고통이 생겨난다. 따라서 시비 분별을 떠나면 진실과 실제의 참 모습이 드러나 정견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중립의 초례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6일 스웨덴 의회에서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 1’과 ‘껍데기는 가라’를 인용하여 연설하였다. “1968년 한국이 전쟁의 상처 속에서 민주주의를 꿈꾸던 시절 한국의 시인 신동엽은 한국이 동경하는 이상국가인 중립국 스웨덴을 묘사한 시를 썼다”고 소개했다.

시의 특징은 “껍데기는 가라(6회).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아우성만 사고”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시어 반복을 통해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신동엽은 1961년부터 1969년까지 명성여자고등학교(현 동국대학교사범대학 부속 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껍데기는 가라’ ‘금강’ ‘아사녀’ ‘석가탑’ 등을 발표하다가 순직하였다.

시인은 동대부여고에 재직하면서 학생 문예지 ‘별밭’을 지도하고, 학생들과 오페레타 ‘석가탑’을 상연하여 대회 대상을 수상하는 등 학교, 제자, 문학 사랑이 남달랐다고 동료교사들은 증언한다. 그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6월20일, 동대부여고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마음을 모아 교정에 ‘신동엽선생시비’를 건립하였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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