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꿈에서만 봤던 두 눈, 현실이 되다
매일 밤 꿈에서만 봤던 두 눈, 현실이 되다
  • 주영미 기자
  • 승인 2019.07.02 13:25
  • 호수 1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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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과병원·로터스월드·법보신문, 캄보디아 의료봉사 현장

6월29일~7월6일, 캄보디아 씨엠립 BWC아동센터
매일 300명 이상, 안과 비롯해 내과·산부인과 등 진료
의안 환자 일 평균 10여 명…정기검사·교체 문의도 높아
‘캄보디아 자비 나눔 프로젝트’를 전개 중인 로터스월드와 김안과병원은 지난 6월29일부터 오는 7월6일까지 8일 동안 캄보디아 씨엠립 BWC센터에서 ‘제28차 해외의료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두 눈을 가진 저의 모습은 늘 꿈에서만 볼 수 있었어요.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니 믿기지 않아요. 빨리 엄마에게 달려가 보여드리고 싶어요.”

14살의 쎙 비스나 군은 거울을 코앞에 대고 한참 동안 뚫어지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두 눈을 크게 떠보는가 하면 앞이 보이는 정상적인 눈과 왼쪽에 새로 생긴 의안을 비교하며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기도 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의안 시술 현장을 지켜보던 쎙 비스나 군의 아버지도 어느새 성큼 아들 곁으로 다가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비록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은 아니지만, 이제는 당당히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쎙 비스나 군. 그는 생애 처음 만난 두 눈으로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될까.

‘캄보디아 자비 나눔 프로젝트’를 전개 중인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와 김안과병원(원장 김용란)은 지난 6월29일부터 오는 7월6일까지 8일 동안 캄보디아 씨엠립 BWC(Beautiful World Combodia) 아동센터에서 ‘김안과병원 제28차 해외의료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의안 시술은 2016년부터 법보신문(대표 김형규)과 함께 ‘캄보디아 의안 지원 캠페인’으로 진행된다. 지난 2007년부터 로터스월드와 김안과병원이 손을 잡고 이어온 캄보디아 의료봉사의 범위가 세 기관의 협력 아래 의안 지원 캠페인으로 더욱 확장된 것이다.

김안과병원에서는 손경수 해외의료봉사단장을 비롯해 28명의 의료진이 초음파 유화흡입기, 슬릿램프 등 2억원 상당의 첨단 안과 수술 기자재를 들고 센터를 찾았다.

이번 의료봉사를 위해 BWC아동센터의 방과 후 교실은 일주일 동안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김안과병원에서는 손경수 해외의료봉사단장을 비롯해 28명의 의료진이 초음파 유화흡입기, 슬릿램프 등 2억원 상당의 첨단 안과 수술 기자재를 들고 센터를 찾았다. 6월29일, 현장에는 의료 장비가 착착 설치된 진료실과 검사실, 입원실 등이 마련됐으며 김안과병원의 해외의료 봉사를 위해 BWC아동센터 내 자리한 백내장 수술실도 재정비와 보완을 거쳐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밖에도 센터 입구에는 환자의 가족이나 진료를 일찍 마친 주민들을 위해 로터스희망미용센터 출신 미용사들이 즉석 미용봉사도 전개했다. 

로터스희망미용센터 출신 미용사들이 의료봉사 기간 동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미용봉사도 전개했다.
로터스희망미용센터 출신 미용사들이 의료봉사 기간 동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미용봉사도 전개했다.

무엇보다 안과진료실 중앙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의안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다. 의안은 말 그대로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인공적인 눈이다. 한국에서는 의안 하나당 시술비가 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의료도구이지만 이곳 BWC아동센터 의료봉사 현장에서만큼은 무료 시술이 진행된다. 강한 햇빛 아래에 살아가며 각종 의료 질환에 노출되고 심지어 안구 적출을 유일한 치료법으로 삼는 캄보디아 주민들을 위해 의안의 필요성을 절감한 김안과병원이 이곳 의료봉사 현장에 도입한 자비의 인술이다. 비록 새로운 눈을 이식할 수는 없지만, 눈과 같은 모양의 의안을 넣으면 얼굴의 윤곽을 바로 잡아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 때문에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했던 환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안과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 환자들이 진료실 안을 바라보고 있다.
안과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 환자들이 진료실 안을 바라보고 있다.

6월30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의료봉사는 첫날에만 400명 가까운 환자가 몰렸다. 이 가운데 의안 시술 환자들만 10여 명에 달했다. 특히 의안 환자는 김안과병원의 봉사를 통해 의안 시술을 받았던 이들이 다시 찾아와 그동안 의안 관리를 점검받는 사례가 많았다. 또 환자의 성장이나 노화에 따라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에 한차례 의안을 교체해야 의안을 오래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특징에 따라, 일부 환자들은 자신의 얼굴에 더 맞는 새 의안으로 바꿔 넣기도 했다.

의료봉사 이튿날인 7월1일에도 6명의 의안 환자들이 센터를 찾았다. 6살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의안 시술을 받아 두 눈의 새로운 삶을 만난 환자들은 한결같이 환한 미소로 진료실을 방문했다. 의료진이 기억하는 굳은 표정의 옛 모습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의료진의 센터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찾아온 환자들과 안부를 나누는 대화 덕분에 의료진 사이에서는 바쁜 진료와 시술 중에서도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4년 전 의안을 선물받은 은금싸이는 이번에는 의안 교체 대신 의안 세척법을 꼼꼼히 배워 갔다.

특히 이날 오전 진료를 마칠 즈음 쎙 비스나 군의 의안 시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다시 한 번 현장의 의료진은 물론 대기 중이던 캄보디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까지 감동을 나누며 의안 시술의 가치를 공명했다. 이미 대기 환자가 급증한 진료실에서 유독 고개를 푹 숙인 채 순서를 기다리던 쎙 비스나 군은 처음에는 의료진의 의안 시술 제안 자체를 거부했다. 쎙 비스나 군은 의안이라는 의미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고, 쎙 비스나 군과 함께 온 아버지는 아들의 한쪽 눈에 무엇인가를 넣는다는 자체가 혹여나 보이는 눈마저 잃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거부감을 먼저 드러냈다. 잘 보이는 한쪽 눈 검사만 마친 채 진료실 문밖을 나서려던 찰나, 쎙 비스나 군은 용기를 내어 다시 진료실로 발길을 돌렸다. 손경수 단장은 재차 주의 깊게 그의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시도해 보자”는 손 단장의 한 마디에 묵직한 힘이 실렸다. 손 단장은 고심 끝에 의안을 하나 골랐고, 쎙 비스나 군의 왼쪽 눈꺼풀을 열어 조심스레 의안을 넣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쓱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의안이 잘 들어가는군요. 아프지 않죠? 그렇다면 몇 가지 더 비교해서 넣어 봅시다.”

현장에서 의료진의 의논을 거쳐 모양이 미세하게 다른 의안이 쎙 비스나 군의 왼쪽 눈꺼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고 그의 눈에 가장 어울리는 의안이 최종 결정되었다. 의료진이 거울을 보여주자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던 쎙 비스나 군은 “꿈에서만 보았던 모습”이라며 “빨리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의 임신 중 교통사고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없었다는 쎙 비스나 군.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미안하고 안타까웠다”며 “이곳에 계신 모든 선생님과 BWC아동센터에 가슴 깊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거듭 인사했다.

셍 비스나 군의 눈과 가장 어울리는 의안을 찾는 김안과병원 해외의료봉사단.
셍 비스나 군의 눈과 가장 어울리는 의안을 찾는 김안과병원 해외의료봉사단.

쎙 비스나 군처럼 김안과병원의 의료봉사 현장을 찾았다가 의안으로 새 삶을 찾은 이들은 이제 셀 수 없이 많다. 33세의 은금싸이씨도 4년 전 이곳에서 의안을 선물 받고 새 삶을 발견하게 된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이번에는 의안 교체 대신 의안 세척법을 꼼꼼히 배워 갔다. 콘택트렌즈처럼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의안을 주 1회 세척 후 다시 끼워 넣기를 반복하면 더 관리를 잘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씨는 눈을 크게 뜨고 연습을 거듭했다.
 

3년 전 의안을 처음 낄 때보다 성큼 자란 17살의 언똔 군은 이제 학교를 마치고 배달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이날 새 의안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의안 중에서 그에게 딱 맞는 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의안이야말로 얼굴의 생김새, 눈의 색과 크기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손 단장이 당부하는 사항이다. 봉사단은 논의 끝에 언똔 군의 경우 기존 의안을 그대로 사용하고, 내년 봉사 때 그에게 맞는 의안을 새롭게 준비해 올 것을 약속했다. 의안 교체를 기대했기에 아쉬울 법도 할 텐데 그는 오히려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1년이 아니라 몇 년도 기다릴 수 있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그의 밝은 표정에는 의료봉사단을 향한 깊은 신뢰가 묻어났다.

김안과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은 의안 시술뿐만 아니라 백내장 수술을 진행했다.

김안과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은 의안 시술뿐만 아니라 이번 의료봉사에도 변함없이 백내장 수술을 진행했다. BWC센터 내 별도의 수술실까지 갖출 만큼 이제 백내장 수술은 김안과병원 해외 의료봉사의 독보적인 분야다. 또 안과 진료실 옆에서는 내과·산부인과 진료도 병행하는 등 캄보디아 주민들의 아픈 부위를 다양하게 진료하며 건강을 기원했다.

김안과병원의 캄보디아 BWC아동센터 의료봉사는 초기에는 연간 3회 진행됐지만, 캄보디아의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따라 연 2회를 거쳐 올해부터는 연 1회 봉사를 진행한다.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전문가 30여명 내외로 구성되는 봉사단에는 지금까지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동참한 의료진이 있는가 하면 올해 처음 참여한 간호사도 있다. 해마다 봉사단을 이끈 김성주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교수는 베트남 출장으로 인해 이번 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베테랑 안과 전문의로 캄보디아 의료봉사에 한차례도 빠지지 않은 손 단장이 봉사단을 진두지휘했다.

김안과병원 의료진은 봉사 현장에서 각 의료진이 의논을 거듭하며 환자를 위한 최상의 진료를 전개하는 데 힘썼다.
김안과병원 의료진은 봉사 현장에서 논의를 거듭하며 환자를 위한 최상의 진료를 전개하는 데 힘썼다.

손 단장의 세심한 리더십과 한결 같은 봉사의 열정 그리고 모든 봉사단원들의 호흡을 맞춰 누구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정성을 다하는 진료에 의료진들이 직접 느끼는 보람도 상당했다. 그동안 여섯 차례 캄보디아 의료봉사에 참여한 김안과병원 17년 차 간호사 이영자씨는 “이곳에 봉사를 올 때마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지만 그 더위보다 더 뜨거운 감동과 고마움을 안고 돌아간다”며 “한국에서 쌓였던 이런저런 불만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봉사현장에서 발견하게 되고 돌아갈 때마다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된다”고 미소지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의료봉사에 참여한 검안 파트의 안경대씨도 “이곳에서 봉사를 시작할 당시 꾸밈없는 미소로 두 손을 모으며 합장 인사하는 캄보디아 주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아이들이 자라면 가족이 함께 봉사현장에 올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봉사에 참여한 김안과병원 2년차 임꽃님씨 역시 “앞서 봉사를 다녀온 분들이 꼭 갔다 와야 할 곳이라고 추천해주셔서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며 “비록 말이 통하진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곳의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안과 진료실 옆에서는 내과·산부인과 진료도 병행하는 등 캄보디아 주민들의 아픈 부위를 다양하게 진료하며 건강을 기원했다.

로터스월드 BWC아동센터 원장 선문 스님도 의료봉사의 홍보부터 봉사현장의 원만한 흐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했다. 선문 스님은 “소임을 맡아 캄보디아에 지낸 지 1년을 훌쩍 넘기면서 이 지역이 직사광선으로 인해 눈의 피로도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평생 살아가는 주민들은 자외선이 강한 햇빛뿐만 아니라 각종 흙먼지와 병원 치료에 대한 불감증, 치료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눈에 생기는 작은 병을 방치하게 되고, 결국 치료시기를 놓친 바람에 실명의 위기에 처하거나 아예 안구를 적출 하는 사례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스님은 “캄보디아의 의료 환경이 아무리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병원비는 일반 주민들의 병원 접근을 어렵게 하고, 외곽 지역에서는 아직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봉사 일정일 잡히면 한 달 전부터 라디오와 현수막, 인터넷, SNS를 통해 꾸준히 홍보할 뿐만 아니라 오지마을에는 차량으로 주민들을 이송하는 등 더 많은 사각지대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이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봉사단원들도 건강하고 원만하게 의료봉사를 회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안과병원의 캄보디아 의료봉사는 오는 7월6일 아침까지 캄보디아 씨엠립 로터스월드 BWC아동센터에서 이어진다. 다음 의료봉사는 1년 뒤인 2020년 6~7월 사이 진행될 예정이다.

7월1일, 김안과병원 의료봉사 둘째날 진료를 시작하기 전 첫날인 6월30일 백내장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의료진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김안과병원은 의료봉사 기간중 매일 백내장수술을 진행하고 다음날 오전 진료를 시작하기 전 수술받은 환자들과 의료진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의안지원사업 후원계좌 : 신한은행 100-031-244305 예금주 (사)로터스월드. 02)725-4277

캄보디아 씨엠립=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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