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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첫 제주 4․3사건 추모사업회 발족

  • 교계
  • 입력 2019.07.05 18:54
  • 호수 1496
  • 댓글 0

관음사, 7월19일 사업회 창립
사찰 피해․스님들 활약상 조명
청소년 위한 인권․평화교육 진행
각 종단도 참여하는 범불자기구
“과거 아픔 딛고 상생문화 조성”

제주 관음사(주지 허운 스님)가 ‘제주 4‧3사건’과정에서 발생한 불교계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모 및 명예회복 등을 위해 사단법인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를 발족한다. 제주4‧3사건과 관련해 불교계 차원에서 법인 형태의 추모사업회가 발족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관음사는 도내 각 종단과 사찰, 신행단체 등과 연대해 추모사업회를 범도민불자 기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관음사는 7월19일 오후 3시 관음사 선센터에서 도내 정관계 및 불교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 창립총회 및 법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창립총회에서는 추모사업화의 법인화에 따른 정관 제정과 임원 구성, 향후 사업계획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주 4‧3사건은 해방 이후 좌‧우익의 대립이 극심하던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와 군경 토벌대 간 무력충돌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제주도민 3만여명이 희생됐으며, 그 가운데 80%가 군경 토벌대에 의해 학살됐다. 불교의 피해도 막대했다. 4‧3평화재단에 따르면 관음사를 비롯해 36곳의 사찰이 전소되거나 폐허가 됐으며, 16명 스님들이 희생됐다.

제주 4‧3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비인권적 민간학살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비극적 사건이었지만 이후 지속된 냉전체제 속에서 사건의 진상은 철저히 가려졌다. 그러다 1999년 국회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속속 드러났고,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0월 국가권력의 잘못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도 4‧3위령제에 참석해 국가권력의 잘못을 재차 사과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4‧3사건 과정에서 발생한 사찰의 피해와 희생된 스님들에 대한 명예회복 등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4‧3사건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을 막기 위해 앞장서다 희생된 스님들의 활동은 크게 조명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관음사는 지난 3월30일 ‘관음사 4‧3희생자 추모재’를 봉행하면서 희생된 스님들과 유족들을 위한 추모사업과 함께 4‧3사건 당시 불교계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단법인 ‘제주불교 4‧3희생자 추모사업회’를 발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관음사는 5월28일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6월21일 창립발기인 회의를 열어 정관제정안 등 법인 설립에 따른 기본운영안을 마련했다. 또 7월19일 창립총회를 열어 추모사업회의 공식 발족을 선언하기로 확정했다.

관음사에 따르면 추모사업회는 제주 4‧3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등으로 ‘4‧3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고, 인권과 평화의 교육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거사를 새롭게 이해하고 향후 화해와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모사업회는 △희생자를 위한 추모사업 △4·3유적지의 역사적 가치보존 및 인권평화 역사교실 운영 △화해와 상생의 공동체 복원사업 △유족복지 및 유족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연 1회 희생된 스님을 위한 합동위령재를 봉행하고, 유적지에 위령비를 건립하기로 했다. 관음사 인근에 4․3관련 불교유적지를 조성해 청소년을 위한 인권과 평화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적지에 대한 대중적 참배를 위해 순례길도 조성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추모사업회는 화해와 상생의 공동체 복원을 위해 ‘4․3비극 재발방지를 위한 항구적 인권․평화운동’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인권․평화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또 유관단체 등과 협력해 ‘자비희사의 마음으로 용서와 화해, 번영과 상생’을 주제로 한 공동체 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유족복지 및 유족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4․3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명상․상담센터를 운영하고, 4․3의 정신과 가치계승을 위한 ‘4․3불자 유족상’ 제정, 희생자 유족 돕기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제주 4․3사건으로 수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희생되고, 사찰이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아직까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추모사업회는 4․3사건이라는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상생의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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