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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과 아베 정권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나눔의 집’이라는 복지시설이 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고통의 삶을 살아야했던 할머님들의 여생을 보살펴드리고 있는 곳이다. 이 시설의 공식 명칭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다. 설립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력을 다해 이 시설을 이끌어오고 계시는 월주 스님께 지면으로나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적 수출규제 조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동안 마치 정례행사처럼 역사 왜곡 발언을 일삼던 아베 정권이 이번에는 전혀 그 성격을 달리하는 도발을 감행해 온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이번 사태는 자칫 한일간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만큼의 심각성을 지니는 일이다. 최근의 불편했던 양국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분명 도가 지나친 것이었으며, 그 결과 지금 이 시점 아베 정권에 대한 우리 국민감정은 거의 ‘분노’ 수준에 이르고 있는 현실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한일 양국간의 과거사 청산 문제는 반드시 국민감정에 기반하여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맺었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문서가 결국 무효화의 길로 들어선 것 역시 국민감정에 기반하지 못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아베 총리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과거사의 청산 문제는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방향에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이것은 너무도 명확한 명제에 해당한다.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님들이 아직 이 땅에 생존해 계시고, 강제징용으로 온갖 피해를 봐야 했던 할아버님들이 아직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기 때문이다.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과 일본의 태도는 너무도 다르다. 특히 네 차례에 걸쳐 일본 총리를 역임하고 있는 아베 신조의 역사관은 편향적이며 저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3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주변국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던 그는 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을 또 다시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환상을 아직껏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양식 있는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은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나치전범 역사를 얼마나 참회하고 치유해가고 있는가를 본받으라고 권한다. 독일의 정치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으로 희생된 개인과 국가에 진정한 참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주변국들이 나서 이제 그 정도했으면 되었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하겠는가. ‘독일인들의 절반만큼이라도 배워라.’ 이것이 아베 정권을 향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감정이다. 

나눔의 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할머니 소식’란이 있다. 여기에는 이 시설에 머물고 계시다가 고인이 되신 열다섯 분의 사진과 아직 생존해계신 여섯 분의 사진이 간단한 약력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아베 총리에게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끔 영화와도 같은 상상을 해보곤 한다. 일본 국왕이나 총리가 이곳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자신들의 만행을 사죄하는 그런 상상이다. 우리가 그 정도 모습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아직 살아계신 여섯 분의 할머님들 앞에서라면 우리의 국민감정은 비로소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일 양국의 권력자들이 아무리 미래지향적 외교관계를 주창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이 땅에는 통한의 한을 품고 살아가는 위안부 출신 할머님들이 살아계신다. 그분들은 아직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일정부 간에 맺어진 그 어떤 조약이라도 그 어떤 배상이나 보상 조치라도 이분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진정한 참회와 반성, 이분들은 오로지 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며 그것은 곧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감정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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