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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은혜 갚는 일

기자명 금해 스님

"누굴 믿어야 천국가냐” 물음에
안타까움에 포교 더 신경 쓰게 돼
걸림 없이 부처님 얘기하는 날 오길

곧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절에서는 템플스테이가 열립니다. 기대를 갖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면 곤란해합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니 자신이 절에 다닌다는 말도 잘 하지 않게 됩니다.

어린이 법회 날이면 1시간 이상 일찍 오는 10살 여자 어린이가 있습니다. 절에 오는 것을 좋아해서, 법회 준비나 청소까지 모든 일을 즐겨 합니다.

이번 법회에도 일찍 와서 법당 좌복과 기도책을 미리 펴 주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머뭇거리다 결국 법회가 다 끝나고 나서야 말합니다. “스님, 하느님과 부처님 중에서 누굴 믿어야 천국 가나요?” 

본인으로서는 고민을 많이 했을 천진한 질문에 웃음을 감추고 “누구를 믿든,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천국 가지”라고 답했습니다. 답이 마음에 들었던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금처럼 부처님 말씀 따라 좋은 일을 많이 해. 그럼 걱정할 것 없지!”라고 했더니, 씩씩하게 “네!” 대답합니다.

나중에 아이 어머니한테 들었더니, 학교 친구들 중에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 하느님을 믿어야 천국 간다며, 절에 다니면 안 된다고 해서 딸이 울기까지 했답니다. 혼자서는 친구 모두를 상대할 수 없었으니, 더 속상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어린이집에서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 역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포교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지난 달부터 어린이·청소년 템플스테이를 알리기 위해 포교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안내를 시작으로, 직접 홍보지를 만들어서 초등학교 앞이나 지하철 입구에서 음료와 함께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신도수가 많지 않은 우리절로서는 이런 방법의 포교에 한계를 느끼지만, 직접 설명하고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마음이 힘든 어느 날, 충북 진천의 작은 암자에서 어린이 법회를 하는 스님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스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 중인 상황에도 2년 전부터 어린이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20여명의 아이들이 온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아이들을 태워올 봉고차를 중고로 샀다며 자랑합니다. 어린이 법회 이야기를 하는 내내, 웃음 가득한 스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저도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과정의 공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여 중생을 제도하지 못하면(若不傳法度衆生) 끝내 부처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으리라(畢竟無能報恩者).’

전법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게송처럼 세세생생 부처님을 의지해 살아가면서 우리가 유일하게 부처님께 은혜 갚는 일이 포교입니다.

오늘 저녁 해 질 무렵, 퇴근하고 세 분의 보살님들이 절에 올라왔습니다. 지하철과 동네에 홍보지를 돌리려고 서로 시간을 맞추신 겁니다. 더운 날씨에 2시간 동안 땀 흘리며 애를 쓰는 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대견합니다.
 

금해 스님

우리들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결실을 맺을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언제 어디서나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부처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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