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인식과 심리현상의 관계
73. 인식과 심리현상의 관계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9.07.08 17:00
  • 호수 1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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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언어‧감정 개입하는 2차 인식에서 발생

수행구조상 멸진정 들 때에
언행에서 신행‧의행 순 중지
선정에서 나올때는 반대로
의행에서 언행 순으로 생겨

인식과 심리현상의 관계는 ‘잡아함경’에서 ‘눈과 색을 연하여 안식이 생긴다. 이 삼사의 화합이 촉이고 수·상·사가 함께 일어난다’라는 경설에서 확인된다. 눈과 색을 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삼사가 화합하여 촉·수·상·사가 생길 때, 과연 어느 부분을 인식으로 볼 수 있는지는 흥미로운 문제이다. 촉이 발생하기 이전의 인식은 제1차적 인식이고, 촉 이후는 제2차적 인식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일상적인 차원에서 어느 대상과 마주할 때 일어나는 그 대상에 대한 언어적 인식이나 감정의 양상이 반영된 인식 등은 제1차적 인식 이후의 제2차적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과 심리현상의 문제는 지식의 습득이나 일상적인 경험들과 관련된 인과관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인식과 심리현상은 업이나 수행론적인 맥락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인식의 구조상 6근과 6경을 연하여 6식이 발생하는데, 이때 전5식(5감각)은 지각으로 현재의 것을 대상으로 삼고, 의식은 전5식을 통합해서 보던지 하나의 법을 떠올리는 것으로 3세의 것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촉·수·상·사로 이어지는 제2차적 인식이나 심리적인 흐름은 고와 락 등의 현상에 얽매이는 것, 차별하는 마음, 업을 마음에 저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등 마음이 번뇌와 업 등에 속박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안식이 일어나는 경우에 유부는 삼사 이후의 촉·수·상·사에서 상을 언어적 인식으로 보고, 이때 득(得)의 작용이 필요하다. 반면에 세친은 삼사 이전에 안식은 무분별 지각이고 의식은 안식을 통합하면서 대상을 추리한다. 그는 삼사 화합 그 자체가 촉이고 촉 이후에 수·상·사가 이어진다. 세친은 의식이 안식을 통합할 때 지식과 경험이 반영된 식의 형상을 드러내고 상은 언어가 개입된 인식을 의미한다. 한편 기억의 경우에 유부는 의근의 대상인 법경에 의식이 작용하는 것은 무분별 지각이고, 삼사 이후 촉·수·상·사 가운데 상에 득이 작용해서 기억이 일어난다. 반면에 세친의 입장에서는 의근의 대상인 법경에 의식이 작용하는 것은 추리를 통한 지각이고, 삼사화합과 촉 이후 수·상·사가 일어나고, 이때 상에서 기억이 일어난다.

또한 인식과 수행론의 관계에서 멸진정의 상태로 들어갈 때 먼저 전5식이 사라지고, 이어서 의식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의식의 대상인 법경은 의근에 의지하므로 미세한 의식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근-법경-의식의 관계에서 멸진정 중의 최후심은 차후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등무간연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삼사가 화합하고 촉·수·상·사로 이어진다. 이때 수·상이 멸하므로 사(思)만 있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의식은 생기지 않지만, 의근은 있게 된다. 다른 원인의 결여로 의식이 생기지 않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멸진정에 들기 전의 선정에서는 미세한 마음의 활동이 계속해서 생멸할 것이다. 반면에 아라한의 최후심은 식을 발생시키지 않고, 촉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아라한의 최후심은 다음의 식을 발생시키지 않기에, 삼사가 화합할 수 없고, 촉도 발생하지 않으며, 촉 이하 수·상·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인식과 심리현상의 관계에서 번뇌와 업으로 인해 인간을 속박하는 구조는 언어와 감정이 개입되는 제2차적 인식에서 발생한다. 수행구조상 멸진정에 들 때, 먼저 언행이 중지하고, 나아가 신행과 의행이 순서적으로 중지한다고 한다. 선정에서 나올 때는 반대로 의행부터 언행 순으로 생긴다고 한다. 분명히 이때도 미세한 의식으로서 사(思)는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번뇌와 업의 문제나 부정적인 마음의 상속문제 등은 수행론적인 맥락이나 제법에 대한 분석적인 무루혜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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