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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머리에 보관을 쓴 김천 청암사 수도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지형적 의미 큰 도선 국사 비보사찰
불상 특징 근거 통일신라 후기 조성

대좌 포함 4m 이르는 큰 불상
몸 비해 머리가 큰 신체 불균형
머리 주위의 층단에 작은 구멍
보관 쓰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

청암사 수도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215㎝.

경상북도 김천 청암사(靑巖寺)는 ‘사적비’에 의하면, 859년(신라 헌덕왕 3)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쌍계사, 수도사와 함께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수도암은 청암사의 부속암자로 합천 가야산과 맞닿아 있는 수도산에 위치해 있으며, 도선국사의 비보(裨補)사찰로 지형적 의미가 크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고 스님들이 수도하는 곳이라 그런지 고즈넉하면서 사찰다운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청암사 수도암 대적광전에 봉안된 석조비로자나불상은 9세기경에 경상북도 거창군 가북면 북석리에서 조성한 것이라 한다. 한 노승이 이 불상을 등에 짊어지고 가져왔는데, 절에 다 와서 칡덩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노승이 산신령을 불러 크게 꾸짖은 뒤 칡덩굴을 모두 없애버렸고, 이후 지금까지 이 절 근처에는 칡덩굴이 없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이 창건설화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비로자나불상의 특징으로 본다면 9세기의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조비로자나불상은 대좌를 포함하여 약 4m에 이르는 큰 불상으로 불신에 비해 머리가 큰 편이다. 결가부좌한 다리가 낮고 깊이도 얕아 신체비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표현되지 않은 민머리 위에는 낮은 육계가 놓여 있고, 머리 주위로는 낮은 층단이 띠처럼 돌려져 있는데 그 위로 작은 구멍이 돌아가며 뚫려 있다. 머리 위의 층단에는 원래 금속제의 보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관을 쓰고 있는 불상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중국이나 일본 불상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불상형식이다. 

얼굴은 네모난 형태이고 살짝 아래로 내리뜬 눈과 낮은 코, 꼭 다문 입 등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위엄이 엿보인다. 양 어깨는 각이 져 있으며 가슴이 넓다. 

양감 있는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었다. 어깨 위에서 옷깃이 몇 번 접히면서 몸에 밀착되었고, 옷은 양 팔을 거쳐 두 다리를 덮고 있다. 옷주름은 팔뚝과 팔목, 발목 부분에만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자세는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올려놓은 길상좌를 하고 있는데, 다리의 양감이 잘 나타나 있다. 

청암사 수도암 석조비로자나불상은 보관을 쓰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불상으로 주목할 만하나 언제 조성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최근 수도암 약광전 앞에 있는 ‘도선국사비’에서 김생이 쓴 ‘원화3년(元和 3, 808년) 비로자나불상’이라는 내용이 추가 발견되면서 9세기 전반에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현대불교’2019년 6월6일자) 청암사 수도암 비로자나불상은 양식적으로도 9세기 불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보관불 형식의 비로자나불상로 가장 오래된 예라 할 수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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