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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린의 ‘포대자존십팔자도’

기자명 김영욱

행복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큰 자루를 매고 함박웃음 짓는 
배불뚝이 미륵 화신 포대화상
평화로운 사람 휴식·만족 의미
천진난만 아이들 가족의 축복

이린 作 ‘포대자존십팔자도’, 종이에 먹, 29.8×138.5㎝, 1636년, 상하이박물관.
이린 作 ‘포대자존십팔자도’, 종이에 먹, 29.8×138.5㎝, 1636년, 상하이박물관.

彌勒眞彌勒(미륵진미륵)
分身千百億(분신천백억)
時時示市人(시시시시인)
市人自不識(시인자불식)

‘미륵이여, 참된 미륵이여 천 백억의 몸으로 나투신다네. 그때그때 세속 사람들에게 보여주건만 세속 사람들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구나.’ 계차(契此, ?~917)의 ‘미륵이여, 참된 미륵이여(彌勒眞彌勒)’.

미소 지어진다. 한 걸음 다가서서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행복한 웃음이다. 그 웃음에는 천진함이 넘쳐난다. 꾸밈없이 순수한 아이들로 가득한 까닭이다. 한명 한명의 모습은 세속 사람들과 매한가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행복한 삶과 화합, 이린(李麟, 1558~1636 이후)이 그린 ‘포대자존십팔자도(布袋慈尊十八子圖)’의 본질이다.

명나라 화가 이린이 출생한 곳은 7세기에 포대화상이 활동한 저장성 닝보이다. 국제적인 항구도시였던 닝보는 중국의 불교·문화·교역의 중심지였다. 7세기 이후 쇠퇴한 미륵신앙이 다시금 흥성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닝보의 미륵신앙은 당시 흥성했던 아미타불과 관음보살 신앙의 아성을 눌렀다. 여러 사원에 들어서면 큰 자루를 매고 함박웃음을 짓는 배불뚝이 미륵의 화신, 포대화상의 초상과 조각상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미륵불과 동일시된 포대화상은 대중의 숭배를 받았고,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포대자존십팔자도’는 명대 닝보 불교문화의 자연스러운 산물이었음이 틀림없다. 닝보를 중심으로 활동한 이린은 대중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는 포대화상의 초상과 조각을 쉽게 접하였고, 그 신앙 또한 잘 이해했을 것이다. 그는 웅숭하고 자재로운 포대화상과 함께 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18명의 아이가 한데 어우러지는 행복과 화합의 장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본새가 참 해맑다. 젖내나는 얼굴에 하는 행동을 보면 딱 어덜키드(Adulkid)다. 오른 다리 깔고 내민 왼 다리, 한 손으로 얼굴만 한 큰 대접을 든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곧 터질 폭죽을 두려워하며 폭죽을 쥔 팔을 쭉 뻗고 다른 한 손으로 귀를 막고 있는 아이, 잔뜩 긴장한 웃음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며 두 귀를 막고 있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소라처럼 생긴 해라(海螺)를 불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보다 큰 복숭아, 부귀를 상징하는 금과 은, 어둠을 밝히는 광명의 촛불, 신성한 제기, 신기한 형태의 작은 태호석(太湖石)을 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자라지 않은 머리를 잡아당기며 싸우는 아이들, 뒤에 서 있는 아이가 손장난으로 만들어낸 그림자 새를 잡으려는 아이, 동굴 안에서 무심히 좌선하고 있는 아이도 보인다.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과 행동이다. 그것을 들고 따라 하는 아이들은 순수하다. 이 그림에 빠져 있으면 어느새 아이들과 함께 있는 포대 화상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포대에 기대고 다리 뻗은 화상의 모습은 평화로운 사람의 휴식과 만족을 의미한다. 세상에 현신한 미륵불일지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대가족의 축복을 상징한다. 화가 이린은 단순히 불교의 도상만이 아니라, 당시 중국인들의 갈망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행복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열망을….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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