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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전통사찰 규제 완화 약속 팽개치나

  • 교계
  • 입력 2019.07.12 21:30
  • 수정 2019.07.12 21:37
  • 호수 1497
  • 댓글 0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 시절
부처별 중복 해소 의지 밝혀
집권 3년차지만 공약이행 요원
실무협의 테이블조차 추진 않아

대선 후보자 시절 전통사찰 규제 완화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들어섰음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교 관련 정책 입안 과정에서 조계종을 배제하는 등 그동안 실무협의 테이블조차 추진하지 않아 불교계와의 약속을 팽개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당시 교계 주요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전통사찰을 옥죄는 중첩규제법령 등 불교계 여러 현안 관련 정책 제안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법보신문 대선 후보자 인터뷰에서 “공원 내 편입된 사찰지의 경우 재산권 피해 문제가 있고, 공원정책이 부처별로 상이해 체계적인 관리가 부재하다”며 “전통사찰에 관한 사항은 민족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는 정책적 사안인 만큼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두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밝혔었다. 불교방송 후보대담에서는 문화재 관람료 문제와 관련해 “불교가 원성의 대상이 되는 입장료 폐지 대신 국가나 지자체가 사찰에 전통문화보존을 위해 보다 많이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문화재 및 전통사찰 규제개혁위원회(비상설)’ 설치에 관해 조계종과 단 한 차례의 실무협의도 추진하지 않았다.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결은 요원하고, 각 부처 기관 업무 통합조정 기구 설치로 문화·자연·무형유산의 효율적 보전관리 등 정부 부처간 업무 통합조정 노력조차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환경부 등은 자연공원법 전부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공포해 불교계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6월20일 조계종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과 정부에 “선거공약을 이행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부, 국토부, 농림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림청 등 산재해 있는 전통사찰 업무 관련 정부 소관부처를 문체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삼중으로 전통사찰을 옥죄고 있는 규제법령 개선에 기대를 걸었던 불교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찬성하는데
부담금 받는 기재부 반대
‘사찰규제법’ 개정 늘 제자리

각종 규제법령들이 전통사찰들을 옥죄고 있다. 1970년대 정부가 사찰림을 포함한 전통사찰을 협의 없이 자연공원에 편입시키고 국립공원으로 명명하면서부터 각종 규제가 시작됐다. 공원 내 전통사찰은 화장실 같은 작은 편의시설조차 건축하기 어려워졌다. 나아가 문화재관람료 문제와도 직면하기에 이르렀다. 역대 정부는 규제법령 일부분만 개정했지만, 수십년째 크게 달라지거나 개선된 부분이 없다. 규제법령 1개당 정부 각 부처가 중첩되면서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점이 큰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규제개혁위원회 설치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종교생활 침해

“공원 내 전통사찰들이 과도한 법적 규제에 묶여 신도 증가에 따른 법당 신축은 고사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시설 건립이 불가능해 전통사찰로서 문화적 가치조차 창출할 수 없다.”

공원 내 전통사찰 주지스님들의 한결같은 토로다. 현재 자연공원이나 도시공원 등 공원 내 전통사찰에 적용되는 관계법령은 자연공원법, 산지관리법, 도시공원법, 개발제한구역법, 건축법, 개발이익환수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농지법, 장사법, 국토계획법,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등 10개가 넘는다. 보존이 주목적인 까닭에 전통사찰은 화장실 하나 짓는 데도 이중삼중 규제로 제약이 따른다.

2000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법은 개발제한구역에 전통사찰까지 포함시키면서 각종 불사에 엄청난 불이익을 가져왔다. 종교활동과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개발행위도 막고 있어서다. 게다가 새 건축물을 지을 경우 과도하게 부과되는 보존부담금은 전통사찰에 피해를 키우고 있다. 실제 2012년 373㎡ 규모의 템플스테이 시설을 건립하려던 서울 진관사는 7억3600만원의 보전부담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1억3000만원으로 낮췄지만 이처럼 전통사찰들은 보전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위법 강요된 공원 내 전통사찰

이처럼 각종 규제법령 탓에 공원 내 전통사찰은 정부로부터 위법을 강요받는 모양새가 됐다. 불법건축물로 몸살을 앓게 된 것. 1971년 도시공원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봉은사는 법왕루와 보우당, 요사채 등 도량 핵심건물들이 도시공원법에 저촉된 불법건축물이었다. 비록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다소 해소됐지만 전통사찰에 대한 중첩규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도시공원 내 위치한 서울 수국사는 대웅전 신축 과정에서 종교시설이 아닌 전시관으로 신고해 건립하는 편법을 동원해야만 했다.

승가사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개발구역제한법상 용적률 제한으로 대웅전과 선방을 제외한 모든 전각이 불법건물이었다. 스님들이 생활하는 지대방이 건물노화로 균열이 생겨 비가 새는 상황이었지만 법적으로 보수조차 할 수 없었다. 진관사도 2003년 요사채가 용적률을 이유로 구청에서 전각 3동의 철거를 요구해 준공검사를 받지 않았었다. 국가나 정부, 지자체가 보호해야할 전통사찰이 도리어 법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셈이다.

▶법 1개에 부처 여러 곳 중첩

불교계는 오랫동안 전통사찰 규제법령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난색을 표했고, 지금까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통사찰이 떠안는 형국이라는 게 불교계 중론이다. 특히 전통사찰 관련 규제법령은 주요 소관부처가 나눠져 있어 제개정이 쉽지 않았다.

자연공원법은 환경부·산림청·국토부·문체부·문화재청 등이, 산지관리법은 환경부·산림청·국토부·문체부 등이, 도시공원법은 환경부·국토부·기재부·문체부·산림청 등이, 개발제한구역법은 국토부·문체부·산림청 등이, 건축법은 국토부·문화재청·문체부 등이 개발이익환수법은 국토부·기재부 등이,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기재부·행안부·문체부 등 정부 각 부처가 1개 법령에 얽히고설키면서 부처간 이해관계로 인한 규제법령 제개정이 어려운 형국이다.

실제 규제법령 개정은 요원하다. 전통사찰이자 문화재보호구역에 위치한 화성 용주사는 건축법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개발부담금을 내야 했다. 개발부담금은 산지나 임야의 토지를 전용할 경우 부과되는 세금이다. 용주사는 경내에 노스님들을 위한 노후시설을 건립하고자 임야 500㎡를 종교용지로 전용했고, 화성시로부터 1억7600만원의 부담금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들을 인지한 국토부가 법령을 개정하고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부담금심의위원회가 있는 기재부에서 반대해 결국 흐지부지됐다는 게 조계종 설명이다.

▶각종 규제법령 일괄개혁 필요

조계종 등 불교계는 오랜 기간 정부와 국회 등을 통해 협의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각종 규제들을 관장하는 소관부처가 제각각이고 부처별 이해관계도 달라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불교 관련 정책 입안과 법령 재개정 과정에서 ‘불교홀대’ 경향을 노골화하면서 불교계 입장마저 소외되기 시작했다. 앞서 대통령 직속 비상설 기구 ‘문화재 및 전통사찰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전통사찰에 대한 중복규제 개선과 부처별 중복 해소를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에 조계종은 각종 규제 법령 통합 대응에 나서고자 지난 2월25일 총무원 집행부, 중앙종회의원, 관련 자문단 등으로 ‘불교 관련 국가법령제개정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수행 및 포교를 저해한 국가 법령 검토와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가법령제개정추진위원회 위원장 만당 스님은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불합리한 규제법령들 때문에 전통사찰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각 부처와 종교계 등 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규제법령을 일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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