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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절에서 30년간 노예 취급받았다지만

  • 기자칼럼
  • 입력 2019.07.15 11:52
  • 수정 2019.07.15 11:53
  • 호수 1497
  • 댓글 0

KBS는 최근 서울 한 사찰에서 3급 지적장애인 A씨가 30여년간 노예 취급 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혹독한 노동과 폭행에 시달리다 최근 절에서 탈출했다는 것이다. KBS보도 이후 장애인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이 수년 전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한 ‘염전노예’ 사건과 유사하다며 해당 사찰 주지스님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안이 심상치 않아 장애인단체의 고발장부터 세심히 살펴봤다. 고발장에 따르면 A씨는 1985년 무렵부터 매일 4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했고, 아침‧점심‧저녁식사 사이에 노동을 한 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A씨의 노동은 마당 쓸기, 잔디정돈, 텃밭 가꾸기, 공사 등 잡일이었다. 장애인단체는 이를 ‘노동력착취’로 규정했다. 또 주지스님이 A씨가 작업을 느리게 한다는 이유로 그의 이마, 팔 등을 꼬집었고, 엉덩이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린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소한 신체접촉도 폭행일 수 있기에 장애인단체의 주장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A씨의 하루일과를 두고 ‘노동착취’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새벽예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도량을 정갈히 하는 것은 스님뿐 아니라 사찰에서 근무하는 모든 종무원들의 공통된 업무다. 비록 A씨가 장애로 정식 스님이 되지 못했지만 절에서는 오랜 세월을 “00스님”으로 불렸다. 따라서 스님으로 불린 A씨의 예불과 울력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주지스님은 A씨를 상좌로 삼을 만큼 각별함도 있었다. A씨가 뇌종양을 앓을 때 5000만원을 들여 수술하도록 했고, A씨가 당뇨 부작용으로 치아가 모두 상했을 때는 3000만원을 들여 임플란트도 해줬다. A씨를 가족이 아니라 노예처럼 여겼다면 어찌 그리했겠냐는 게 사찰 측 입장이다.

KBS가 불교의 특수성을 이해했거나 사찰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했었더라면 “노동착취” “노예” 등 자극적인 용어는 사용 않았을 수 있다. 또한 고발부터 진행한 장애인단체의 행보도 아쉽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불거진 데는 사찰 측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해당사찰 안팎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사찰종무를 책임지는 스님과 그 속가 가족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에서 빚어졌다. 이 절을 중창한 스님은 자신의 동생을 주지로 삼았고, 주지스님은 또 다른 동생들을 차례로 불러들여 절의 사무를 보도록 했다. 그러다 수년 전부터 사찰운영권을 두고 다툼이 발생했고, 형제들간의 반목이 깊어졌다. 절에서 지내던 A씨를 데리고 나가 장애인단체 등에 고발을 부추겼다고 알려진 전 사무장 B씨도 주지스님의 매제였다.
 

권오영 기자

이로 인해 장애인 A씨는 분쟁에 휩쓸렸고, 그는 물론 사찰 신도들까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정에 휩쓸리면 법이 망가진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절이 절다움을 잃고 세속화로 치달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oyemc@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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