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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에 꽃 수놓으며 마음공부하고 지혜 얻기

  • 불서
  • 입력 2019.07.15 14:08
  • 호수 1497
  • 댓글 0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 / 정위 스님 지음 / 브.레드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

어머니에게 무명 한 필을 받았다. 오랜 세월 간직했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서 싸리꽃 한 줄기를 수놓아 보았다. 그렇게 한 땀을 시작해 어느새 한 필이 다 되도록 수를 놓았다. 그 시간이 20년 가까이 되었다.

불교계에서 문화계 인사로 통하는 정위 스님이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에 이어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을 내놓았다. 작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찻잔 받침, 수저집, 손수건, 콘센트 가리개처럼 생활에 필요한 것을 무명이나 거즈로 만들고 난 후 흰 것이 고요하면서도 밋밋하기도 해서 작은 꽃을 하나 둘 수놓다 보니 어느덧 전문가가 되었다.

처음 학창시절 가사 시간에 배운 기억으로 어설픈 바늘땀을 떴고, 하다 보니 실 골라 쓰는 데 재미가 붙었다. 떨어진 옷에 덧대고 기운 천 조각에도 점점이 꽃을 수놓고, 낡은 앞치마 자락에도 풀을 새겨 넣었다. 그러다 선물 주는 재미에 빠지고, 선물 받은 이들의 좋아하는 모습에 바늘을 놓지 못했다. 그렇게 이어진 수놓는 일은 어느새 마음을 수놓는 수행이 되었다. 그 결과물이 책에 고스란히 녹았다.

“무꽃을 수놓고 있었더니 무에도 꽃이 피느냐고 사람들이 더러 묻는다. 새끼손가락 마디만큼 남은 무 쪼가리도 물이 있고, 볕이 있고, 시간이 가면 꽃을 피운다.” “옛 자수를 따라 놓다 보면 거기에 담긴 옛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어르신의 장수를 기원하며 국화를 수놓고, 부귀영화를 바라며 목단을 완성했던 갸륵하고 순수한 마음에 가 닿는다.” “나는 서너 가지 쉬운 바느질법으로 수를 놓는다. 하늘하늘 꽃잎 끝자락과 느긋하게 춤추는 듯한 줄기를 보면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안해진다. 자연은 그러한데 그 모습을 요란하게 담을 필요가 있나.”

스님은 이처럼 책 속 39가지 자수에 하나하나 글을 덧입혔다. 그 글귀마다 자연을 담고, 삶을 담고, 수행에서 얻은 지혜를 담아냈다. “가만히 보면 초록 잎도, 나뭇가지도 모두 다르게 생겼다. 빈 병에 꽂아둔 부러진 가지도, 들에 핀 이름 모를 풀도 그 선과 색이 저마다 맛이 있다”고 한 것처럼, 사물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서 수놓은 자수와 글에서 삶의 지혜가 전해진다. 책 뒤편에 바느질법과 도안을 함께 붙여 독자들도 따라하며 자기 마음을 수놓을 수 있도록 도왔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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