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 정리=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9.07.15 15:27
  • 호수 149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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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사고를 갖고 자기 역할 다하려는 노력 더할 때 행복”

주역은 점괘 아닌 삶 신호체계
이·겸·복, 항·손·익, 곤·정·손 9덕
세상살이 교훈과 지혜로 삼으면
시비·갈등 줄고 평화의 길 근접

태고보우 국사 ‘백운암가’는
세간사에 끄달리는 고심 끊고
걸림없이 자유자재한 삶 제시

​​​​​​​부정 아닌 긍정적인 생각 갖고
제 할 일 충실하며 공부한다면
지금 여기가 바로 행복한 세상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주역의 아홉 가지 덕을 실천하고, 보우국사의 가르침을 따르면 지금 여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은 시절입니다. 그래서 동산불교대학에서 이 힘든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를 좀 해 달라고 해서 이렇게 여러분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갈등의 시대로 불리는 이 시기에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 그러면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불자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시대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하나는 이 세간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주역’의 아홉 가지 덕을 통해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태고보우국사께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어느 곳에도 매이지 않는 가르침을 전해주셨던 ‘백운암가’라는 시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시듯이 세간법은 그 사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출세간법을 함께 이해하고 생활에 응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함께 말씀드리려는 이유입니다.

먼저 세간법 중에서 그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지혜로운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주역’의 ‘9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역’을 점괘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역을 점서로 이해하게 된 시점이 중국 한나라 때부터인데, 사실 처음 주역이 나올 때는 부호문자로 돼 있었고, 64괘로 보자면 ‘해라’ ‘하지마라’를 말하는 신호체계와 같습니다.
‘주역’에서 말하는 아홉 가지 덕은 이렇습니다.

“是故로 履는 德之基也오 謙은 德之柄也오 復은德之本也오 恒은 德之固也오 損은 德之修也오 益은 德之裕也오 困은 德之辨也오 井은 德之地也오 巽은 德之制也라”입니다.(시고로 이(리)는 덕지기야오/ 겸은 덕지병야오/ 복은 덕지본야오/ 항은 덕지고야오/ 손은 덕지수야오/ 익은 덕지유야오/ 곤은 덕지변야오/ 정은 덕지지야오/ 손은 덕지제야라.)

우선 첫 번째 이(履)는 얼음판을 걸어갈 때 조심하듯이, 한걸음 옮기는 것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발놀림을 조심하면서 살아가면 잘못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로, 이것을 덕의 기반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겸(謙), 즉 겸손입니다. 여기서는 겸손이 바로 덕의 자루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덕을 실천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세 번째는 복(復)입니다. 복은 반복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이든 반복해서 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주역에서 복은 이렇게 반복해서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덕의 근본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 네 번째가 항(恒)으로, 한결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다섯 번째가 손(損)으로, 베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한결같고, 항상 베풀라는 것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덕입니다. 텅 빈 마음으로 덕을 닦는다는 뜻이며, 밖으로는 물질과 지위를 모두 내려놓고 안으로는 마음을 비워서 시비와 차별을 버리라는 의미입니다. 그 다음 여섯 번째가 이익(益)입니다. 마음을 너그럽게 써서 풍요로운 마음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이어서 일곱 번째가 곤(困)인데, 곤궁할 때 처신을 잘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덕의 분수를 가리는 괘로써 곤궁한 때를 당해서 헤쳐 나가는 능력을 가려낼 수 있는 것으로, 대인과 소인의 분별이 현격함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 여덟 번째가 정(井), 우물입니다. 우물은 우리를 먹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합니다. 그렇게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우물이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물입니다. 그럼에도 베풀기만 하고 과시하지 않듯이, 덕을 베풀기만 하고 자랑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손(巽)입니다. 여기서 손은 법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이것은 덕으로서 모든 일을 마름질하고 재단하여 종결한다는 것으로, 덕이 인간의 규범이 되고 법제가 되어 명령을 펼치고 일을 행하게 하는 괘입니다. 상황에 맞게 법도를 잘 지키라는 말입니다. 

이 아홉 가지를 이·겸·복, 항·손·익, 곤·정·손 이렇게 마음에 새기시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교훈과 지혜로 이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또 이 세상을 살면서 이 아홉 가지 덕을 따르려 노력하면 그만큼 시비 갈등은 줄어들고 평화의 길은 가까워 질 것이라 생각해서 이렇게 ‘주역’의 9덕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말씀드리는 태고보우국사의 ‘백운암가’는 옛 선사께서 고구정녕 일러주신 세상살이와 공부의 이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세간에 끌려다니고 고심하며 사는 중생의 세계를 초탈해 자유롭게 사셨던 스님이 지은 ‘백운암가’에는 그 사상과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백운암가’의 주제로 나오는 백운암은 소요산에 있습니다. 걸림 없이 자유자재한 절이 자재암이고, 보우국사가 자재암 백운봉 아래에 있으면서 쓴 글이 ‘백운암가’입니다. ‘백운암가’를 보면서 보우국사의 생각이 어디에 얼마만큼 깊이 있게 초탈하면서 살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逍遙山上多白雲하니 長伴逍遙山上月이라 有時淸風多好事한대 來報他山更奇絶이라.(소요산 위에 흰 구름 뭉게뭉게 길이 소요산에 뜬 달을 벗하노라, 때로 맑은 바람에 좋은 일 많은데 다른 산이 더 좋다고 알려 주네.)”
“白雲無心 徧大虛타가 其如烘爐一點雪이라 行雨四方無彼此하니 是處是物皆欣悅이라.(백운은 무심히 하늘에 가득 찼다가 이글거리는 화로 위 눈송이처럼 사라지네. 사방에 비 내릴 때 피차가 없이 어느 곳 어떤 물건이든 모두 기뻐하네.)”
“刹那歸來此山裏하니 山光着色水鳴咽이로다 古菴依俙非霧間이오 連雲畏道蒼苔滑이라.(찰나에 흰 구름 이 산으로 돌아오니 산 빛 변하고 물은 흐느끼네. 태고암은 예전처럼 안개 속에 있지 않고 구름 낀 험한 길에 이끼 끼어 미끄럽네.)”
“左傾右傾住復行하니 誰其侍者唯榔(木栗)이라 路窮菴門向東開한대 主賓同會無言說이라.(이리 뒤뚱 저리 뒤뚱 섰다가 다시 가니 누가 나의 시자일까? 오직 지팡이 뿐, 길이 다한 암자 문은 동쪽으로 열려 있고 주객이 함께 모여 말 한마디 없네.)”
“山默默水潺潺이여 石女喧嘩木人咄이라 汲汲西來碧眼胡여 漏洩此意埋佛日이라.(산은 말이 없고 물은 잔잔함이여 石女는 시끌벅적 木人은 혀를 차네. 서둘러 서쪽에서 오신 달마 스님 이 뜻을 누설하여 부처님을 묻었어라.)
“傳至曹溪盧老手여 又道本來無一物이라 可笑古今天下人이여 不惜眉毛行棒喝이라.(조계 육조에게 법을 전하니 또 본래무일물이라 말 하네. 가소롭다 고금의 천하 사람이여 눈썹을 아끼지 않고 방할을 행 하누나.)
“我今將何爲今人고 春秋冬夏好時節이라 熱向溪邊寒向火하니 閑截白雲夜半結이오.(나는 오늘 어쩌다 요즘 사람 되었을까 춘하추동 호시절이라. 더우면 시냇가로, 추우면 불 찾아가고 한가히 흰 구름 끊고 한 밤중 좌선 하네.)
“困來閑臥白雲樓하니 松風蕭蕭聲浙浙이여 請君來此保餘年하야 飢有蔬兮渴有泉이라.(피곤하면 백운루에 한가로이 누우니 솔바람 쓸쓸하고 물소리 졸졸대네. 청컨대 그대는 여기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배고프면 나물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게.”

이 시의 첫 4구에서 말하는 백운은 소요산에 뜬 구름입니다. 그 구름이 다른 곳에서 보니 더 좋은 산이 많더라고 알려주는 대목은 곧 보우선사가 대자연과 하나 되어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4구에서 행우는 사방에 비가 내리는 것으로, 비가 때에 맞게 필요한 만큼 온다는 말입니다. 보우국사께서 구름도 비가 돼서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데, 사람도 수행자가 됐으면 이 세상 사람이 필요한 것을 그때 맞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신 말씀입니다. 이처럼 세상 사람은 때에 따라 각각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4구에서는 구름이 비로 내렸다가 다시 산을 덮어주고 있습니다. 사람도 어느 때에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해주는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다음 네 번째 4구는 선사가 시자 없이 산 속에 홀로 살고 있으면서, 객이 찾아와도 시비분별 없이 태평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어 다섯 번째 4구에서는 석녀와 목인을 등장시켜 선사의 경지를 드러냈고, 여섯 번째 4구에서는 공부 방편을 말하고 있습니다. ‘할’도 공부에 일념하도록 하는 방편이고, ‘방’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맥도 모른 채 쓸데없이 몽둥이질 하고 소리만 지르는 이들을 질책하는 말씀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적진에 칼 한 자루 들고 뛰어드는 마음’을 지녀야 일념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 4구에서는 춘하추동에 관심두지 않으면 모두가 호시절이니, 무엇을 의식할 것 없이 더우면 물가로 가고 추우면 불가로 가듯이 공부하라는 가르침이고, 여덟 번째 4구에서는 아무 곳이고 누우면 누각이고, 배고프면 나물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는 것이 바로 태평성대의 극치라는 점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보우국사께서는 이처럼 이것저것 따지고 여기 저기 관심 갖지 말고 공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발심하고 공부하면 국사께서 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역’의 아홉 가지 덕을 일상에서 실천하면서 시비와 갈등을 줄이고, 보우국사 말씀처럼 긍정적 생각을 갖고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부하면,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하나씩 실천하면서 행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정리=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이 법문은 6월21일과 28일 동산불교대학에서 진행한 혜거 스님 초청 법회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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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2019-07-16 19:52:27
주역은 점괘 아닌 삶 신호체계?? 젊은 시절 명리학 처사한테 스승님 스승님 하면서 주역 점 배울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주역이 무슨 삶의 신호체계라네...그걸 아는 사람이 신도들 사주봐주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