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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그리는 인생과 세상사

기자명 희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9.07.16 10:25
  • 수정 2019.07.16 10:26
  • 호수 1497
  • 댓글 0

마음은 그림그리는 화가와 같아
세상 모든 것 다 그려낼 수 있어
무엇이든 시도하는 자세 가져야

모처럼 맘 편히 휴가를 다녀왔다. 자연이 선사하는 힐링의 시간들이 일상의 피곤함을 녹여주는 듯했다. 여유로운 마음과 도반들이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시설장 스님 및 재가 시설장들과 함께한 여정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도반들과 같은 원력으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끼는 시간들이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도란도란 마음을 나눴다. 어려운 점을 공유했고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했다. 이 귀한 추억들이 나의 일상에 더해져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에 힘을 보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여행 중에 한 스님이 말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여행을 가면 여길 또 올수 있을지 생각이 들어 찬찬히 느끼고 눈여겨 보게 된다”고.

나 역시 생각했다. “정말, 다시 여길 올수 있을까?”

문득 내 나이를 되짚어본다. 어느새 여행지에서 당당하게 다음을 기약하기엔 내심 고민이 되는 나이다. 자연히 우리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그분들의 말씀 가운데 분명 이러한 이야기도 포함돼 있었으리라. 나이가 들수록 인생 대선배님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법문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사부대중이 다 어우러진 여행이라 더욱 좋았다. 어느 모임이 이처럼 비구와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가 함께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같은 일을 하는 도반들이기에 한층 귀하게  여겨진다. 부처님께 가만히 감사했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은 얻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요즘 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살아갈수록 그 위대한 가르침은 어느 것 하나 틀린 것이 없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특히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 능화제세간(能畵諸世間) 오온실종생(五蘊實從生) 무법이불조(無法而不造)’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세상사를 다 그려내며, 오온이 다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그 무엇도 만들어 내지 않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을 그리는 화가이기에 세상 모든 것을 다 그려낼 수 있다 하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터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대수냐’ 싶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지나고 보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요즘 우리 복지관은 리모델링으로 인한 기나긴 휴관에서 기지개를 켜고 새롭게 문을 열 준비로 바쁘다. 항상 어르신들로 북적이던 이전과 달리 약간은 기운이 빠지고 일상이 느슨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직원들을 채근한다. 긴 기다림에 지쳐 가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게으를 수가 없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마음이 더욱 분주하다. 무더운 날 어르신들이 거리에서 배회하시지 않도록, 시원한 복지관을 하루빨리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문을 열기로 결정한 이유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라는 도화지에 어르신들이 그려내는 일상들이 멋진 선배시민으로서 후배들의 삶의 나침반이 되는 그림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만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간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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