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인식현상과 4연의 관계
74. 인식현상과 4연의 관계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9.07.16 10:35
  • 호수 1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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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무간연은 인식 작용에만 관련이 있는 조건

유부, 인식발생 과정 대해
6인·4연·5과 인과론 제시
4연 중 3연은 6식 발생 조건
등무간연 때문에 인식 작동

인식현상이 일어날 때 필요한 조건이 6근·6경·6식의 3가지 요소(三事)인데, 유부는 이 이외에 여러 조건(緣)을 내세운다. 유부는 연기(緣起)를 분석적으로 해석하여 인식현상이나 업의 이론을 설명하는 6인·4연·5과라는 인과론적 체계를 마련했다. 이 가운데 4연(緣)은 인식현상이나 인식이 생겨나는 조건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4연의 명칭은 아비달마 최초기의 논서인 ‘식신족론(識身足論)’에 나타나며, 이에 대해서는 ‘대비바사론’이나 ‘구사론’ 등에서 자세히 설명된다.

이러한 4연은 ①인연(因緣, hetu-pratyaya), ②등무간연(等無間緣, samantara-pratyaya), ③소연연(所緣緣, ālambana-pratyaya), ④증상연(增上緣, adhipati-pratyaya) 등이다. 4연은 ‘식신족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즉 “6식신이 있는데, 이른바 안·이·비·설·신·의식이다. 예를 들면 안식에는 4연이 있다. 첫째는 인연이고, 둘째는 등무간연이고, 셋째는 소연연이고 넷째는 증상연이다. ①인연은 무엇인가? 이른바 이것은 구유상응법(俱有相應法)이다. ②등무간연은 무엇인가? 이른바 만약 이 연을 따르면 모든 심·심소법은 평등 무간히 이어진다. 이와 같이 안식이 이미 생기했을 때 등무간연은 제대로 작용한 것이다. ③소연연은 무엇인가? 이른바 일체색이다. ④증상연은 무엇인가? 이른바 자신(眼識)을 제외한 일체법이다.”

여기서 일체법은 4연에 의해서 포섭됨이 확인된다. 예컨대 눈과 색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하는 경우, 우선 ①인연은 안식의 의지처(所依)로서 안근이 인연이 된다. 이때 인연은 원인이 되는 조건이라는 의미이다. ③소연연은 안식과의 관계에서 일체색으로, 곧 물질적인 대상(色境)을 말한다. 즉 6경은 식과 경의 관계에서 인식대상(所緣)으로 불리고, 색경은 안식이 생기하는 조건(緣)이 되기에 소연연이라 한다. ④증상연은 자신(6識 자체)을 제외한 일체법으로, 6근과 6경을 합한 것, 즉 12처를 말한다. 왜냐하면 아함에서 ‘눈과 색을 연하여 안식이 생긴다’고 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4연 가운데 ①인연·③소연연·④증상연 등의 3가지 연은 확실히 6식이 생겨나는 조건을 근거로 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②등무간연은 6식에 의해 식별되는 전후 두 법 사이의 인과관계와 의근과 식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낸다. 특히 4연 중에서 인식의 성립에 있어서 인식작용에만 관련이 있는 조건이 등무간연이다. 근(根)은 여러 부수적인 조건 가운데 등무간연의 역할을 한다. 사실 등무간연은 인식작용이 일어나는데 새로운 식이 생기하도록 이끌어 주는 작용을 한다. 시간적으로는 이전의 식이 멸하고 바로 이어 틈새 없이 이후의 식이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에 작용하는 연이다. 따라서 이 연은 오직 심과 심소법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인식론적으로 18계의 구조에서 의근의 역할은 식의 의지처 혹은 식의 등무간연이다.  의근은 6식이 무간히 멸한 것을 체성으로 한다. 아라한의 최후심은 의근의 성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의근이 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아라한의 최후의 심·심소는 등무간연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소의와 등무간연은 건립된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즉 ⑴소의는 식이 생기하는데 토대가 될 뿐이고, 후식이 생기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 식이 생기하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데도 식이 생기하지 않는 것은 식이 생기하는데 필요한 다른 조건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⑵등무간연은 식의 작용성에다 기준을 둔 것으로, 이미 식이 생기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연이 과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면, 어떠한 것도 이 연에 대한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못한다. 이런 점에서 아라한의 최후의 심·심소는 등무간연이 아니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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