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와 원불교의 지향점

최근 불교종단협의회에서 내년에 원불교가 주관이 되어 개최할 예정인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총회를 앞두고 ‘원불교는 불교가 아니다’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은 1924년 원불교의 전신인 불법연구회를 창건했다. 그는 “불법으로 완전무결한 회상을 건설하겠다”며, “배울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가르칠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깨달음에 대한 연원불을 석가모니불로 정했다. 원불교 신앙의 상징이자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은 불심(佛心)을 나타낸다. 일본불교 가운데에는 불상대신 나무아미타불의 글귀나 종조의 만다라를 본존으로 삼는 종파도 있다.

원불교는 1999년 최고결의기관인 수위단회에서 공식적으로 “①‘불교는 불교이나 원불교이다’는 표현과 ‘불교는 불교이나 새불교이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②‘불교가 아니다’는 표현은 삼가 한다. ③불교와의 학술 및 일반 연합활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신앙 의례활동은 각각 따로 한다. ④이러한 입장을 전제로 한 불교연합회의 참여는 적극적으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고 표명했다.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중국에서 6세기에 일어난 정토교나 삼계교를 불교가 아니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12세기부터 일어난 일본의 중세불교를 학계에서는 신불교라고 부른다. 원불교를 영어로 표기할 때는 ‘Won-Buddhism’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내외적으로 원불교가 불교임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원불교는 불법승 삼보를 개혁한 현대불교라고 본다. 사실 근현대에 발생한 불교는 삼보를 나름대로 새롭게 해석하고 자기화한 종교다. 왜냐하면 이성과 과학의 발전에 입각한 근현대 문명은 지구위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종교계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다행히 불교를 기반삼은 선각자들은 문명의 병폐를 고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을 시기상응의 정신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했다. 불교권인 아시아에서는 자연히 시대에 적절한 불법을 창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를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법승 삼보의 새로운 해석과 이에 따른 새로운 불교의 출현은 대승불교가 그 출발점이다. 불보를 예로 들더라도 역사상의 유일한 부처인 석가모니불 외에도 다양한 시방불이 출현했고, 나아가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대승경전은 석가모니불의 설법이 아니지만 불경으로 인식된다. 이는 깨달음을 통해 반야지를 얻은 사람의 설법을 경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장경은 경률론 삼장을 말한다. 논이라고 할지라도 깨달음을 얻은 조사들의 말씀을 경전으로 떠받들고 있다. 불교는 이처럼 호대하다.

원불교 또한 기본 경전인 ‘정전(正典)’에서 “불법은 무상대도”라고 한다. 불교가 세계인들에게 환호를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떤 차별도 배제도 없는 포용성과 원만성 때문이다. 현대문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불교가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 그 예로 1962년에 박정희 군사정권이 입법한, 대표적 악법인 ‘불교재산관리법’과 관련한 것이다. 여기에 저촉 받지 않기 위해 원불교가 불교가 아니라고 한 것은 신생불교로서 시대적인 한계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불교의 교의는 불교를 떠날 수 없다. 박중빈은 불교 교의를 부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불상에 대한 신심을 존중하기까지 했다. 

WFB 총회 개최 건을 계기로 삼아 불교계와 원불교가 열린 대화를 나누었으면 한다. 약육강식의 형태로 급변하는 세계질서에 불교정신을 발휘하지 않는 한 지구는 어쩌면 공멸의 상황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필자는 원불교교무이자 일본불교 연구자로서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불교계가 교단과 국가를 초월하여 제불조사들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기를 주장하고 있다. 불교계가 한 마음으로 화합한다면 그 이익은 우리 보통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며, 이야말로 불법을 드러내신 석가모니부처님의 참된 뜻을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