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화에서 길어 올린 10가지 삶의 지혜
우리 불화에서 길어 올린 10가지 삶의 지혜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9.07.22 11:31
  • 호수 14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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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서 길을 찾다’ / 강소연 지음 / 시공아트
‘명화에서 길을 찾다’

서양에서 명작을 이야기할 때 천지창조나 아담과 이브·최후의 만찬 등 기독교적 주제를 간과할 수 없듯, 동양에서 명작을 이야기하면서 선재동자나 극락과 지옥, 그리고 관세음보살 등 불교적 주제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이어온 불화를 종교이기 전에 전통문화, 즉 문화 코드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오랜 시간 우리 문화재를 연구해온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이 불화 가운데 명작을 선별하고, 그 각각의 명작들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불화에 얽힌 이야기 안에서 희생과 자비, 용서와 관용, 인내와 노력, 버림과 해탈 등 우리 삶의 궁극적인 지혜에 주목했다. 그 결과 불화 이야기에서 10가지 삶의 지혜를 찾아냈고, 이 책 ‘명화에서 길을 찾다’에 옮겼다.

저자는 먼저 불교적 주제들 중에서 사람들 사이에 가장 널리 유행하는 이야기들을 가려 뽑았고, 그 이야기들이 그림으로 반복적으로 그려진 무수한 불화 중 최고의 예술성을 자랑하는 명화를 선별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쉽게 풀어서 소개했다. 저자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그림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확대한 그림들을 포함했고, 전체적인 감상에 필요한 감상 포인트까지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 가져야 할 대표적 덕목으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방편, 원, 역, 지의 십바라밀을 꼽았다. 그래서 불화 속 주인공들이 추구했던 십바라밀의 덕목을 희생, 결심, 정진, 평온, 인내, 욕망, 지혜, 선정, 방편, 자비의 열 가지 이야기 제목으로 구성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삶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 저자의 발원이기도 하다.

‘명화에서 길을 찾다’는 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를 그림과 이야기로 전한다. 그림은 쇠로 된 침상에 죄인을 눕혀놓고 큼직한 쇠못을 몸에 박는 철상지옥도.<br>
‘명화에서 길을 찾다’는 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를 그림과 이야기로 전한다. 그림은 쇠로 된 침상에 죄인을 눕혀놓고 큼직한 쇠못을 몸에 박는 철상지옥도.

‘명화에서 길을 찾다’에서 소개하는 열 가지 이야기와 열 가지 그림은 예술성과 교훈을 모두 갖추고 오랜 세월을 지내온 명작들이다. 명예와 부귀영화를 버리고 수행하는 희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안락국태자경변상도’,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지옥으로 향하는 바라문의 딸 이야기를 담은 ‘지장시왕도’, 진리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가르침을 받는 선재동자와 관세음보살의 만남을 그린 ‘수월관음도’, 난폭한 아들 탓에 극락을 염원하는 여왕 이야기인 ‘관경16관변상도’,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 단계를 잃어버린 소를 찾아 길들여 돌아오는 과정에 비유한 ‘심우도’, 인간이 갖는 근본적 욕망을 벗어나 영혼을 구하기 위한 ‘감로도’, 석가모니부처님의 일대기를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 중국 선종의 초조 달마대사를 담은 ‘달마도’, 근기가 낮은 중생을 수승한 일승의 경지로 향하게 이끄는 법화경 가르침을 담은 ‘법화경변상도’, 관세음보살의 가피와 신통력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관세음보살32응도’ 등이다.

책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했던 익숙한 내용들도 만날 수 있다. ‘신과 함께’에서 주된 배경으로 등장하는 지옥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지옥에 뛰어든 바라문의 딸을 통해 여러 종류의 지옥을 보게 된다. 무간지옥, 규환지옥, 화탕지옥, 도산지옥 등 영화에서 보았던 지옥이 ‘지장시왕도’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림들은 분명 종교적 의미를 담아 그려진 것들이다. 따라서 불자라면 어디에서고 보았을 법한 불화 이미지를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과 더불어 불화 속 경전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라도 저자가 국내외 박물관과 사찰에서 직접 구한 200여점의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3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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