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인공지능 비서를 거느리게 되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부터다. 이 쬐그만 비서가 온갖 정보를 가르쳐준다.
“철수네 전화번호?”하며 문자를 누르면 정확하게 저장된 전화번호가 뜬다. 우리나라 어디든 도로명만 대면 정확하게 골목길과 집을 가르쳐 준다. 백과사전 어느 항목을 대어도 척척 가르쳐 준다. 오늘의 신문 기사까지···.
인공지능 이전에는 세상일을 이렇게 많이 아는 비서가 없었다. 뿐만 아니다. 여러 가지 인공지능 비서가 있다. 부엌에 전기밥솥이 있다. 이것도 어머니를 돕는 인공지능 비서다. 시간을 입력해 두면 정확히 그 시간에 밥을 지어준다. 그보다 더 큼직한 인공지능 비서가 있다. 음식이 상하지 않게 온도를 지켜주는 냉장고다. 공장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사용자가 요구하는 대로 기계를 돌려 물건을 생산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세계의 바둑 챔피언을 이겨, 인간의 자존심을 꺾고 말았다.
인공지능 로봇이 생활과 생산에 활용되다가 우주 탐험에까지 나서게 되었다. 달나라 탐험에도 인공지능 탐사선이 여러 차례 활동을 했다. 인공지능으로 편리해진 세상에서 강아지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로봇 청소기 만난 강아지 / 김바다
위잉 윙 윙
어? 요것 봐라
조그만 게
바닥을 쓸고 다니네.
앞발로 툭툭 치고
멍 멍 멍
무섭게 짖어봐도
겁을 안 먹네.
내가 흘린 털 다 먹고
바닥 먼지 다 빨아 먹는
훌륭한 청소부네.
한 번 타보자.
앞으로
옆으로
뒤로 돌아
내 말을 잘 듣네.
청소하느라 힘들었지?
저기 가서 전기 밥 먹으며 쉬고 있어
나도 밥 먹을 게.
김바다 동시집 ‘로봇 동생’(2019)
방 안에서 지내는 강아지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 로봇 청소기다. “어? 요것 봐라!” 하고 강아지가 관심을 갖는다. 앞발로 툭툭 쳐봤다. “멍멍멍!” 하고 큰 소리로 짖어봤다. 무섭게 짖었는데도 겁을 먹은 것 같지 않다.
“윙윙 윙윙….” 소리 내며, 방안을 돌아다닌다. 강아지가 흘린 털을 빨아들인다. 방바닥 먼지를 빨아들인다. 방 안이 깨끗해졌다. 로봇 청소기가 맡은 일을 잘 하고 있다. 강아지가 이를 보고, “훌륭한 청소부네”하고 칭찬한다. 그러다가 “한 번 타 보자”하고 로봇 위에 올라앉고 말았다.
“앞으로, 옆으로, 뒤로 돌아봐.” 로봇이 강아지 말을 잘 듣는다. 로봇의 친구가 된 강아지가 로봇과 나누는 이야기도 재미나다. “청소하느라 힘들었지? 저기 가서 밥 먹으며 쉬고 있어!” 로봇 청소기의 밥은 전기 밥이란다. 틀림없는 말이다. 수고한 로봇에게 전기 밥 먹고 쉬란다. 강아지인 자기는 강아지 밥을 먹겠단다. 로봇 청소기는 강아지 말을 잘 듣는 친구가 됐다. 강아지와 로봇에서 많고 재미있는 동시가 생산될 것 같다.
시의 작자 김바다 시인은 경남 합천 출생(1958)으로, 2000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동시집 ‘안녕 남극’(2013), 동화집 ‘지구를 지키는 가족’(2009) 등 많은 아동문학 작품집을 냈으며, 서덕출문학상(2014) 등을 수상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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