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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붓다의 모국방문과 라훌라의 출가

기자명 김준희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남긴 ‘위대한 유산’

음악의 아버지 세바스찬 바흐
자녀 위해 교육용 ‘인벤션’ 작곡
슈만·드뷔시도 아이에 작품 선물
붓다는 아들에 출세간 이치 전해

바흐와 그의 아들들(발타자르 데너, 1730).

스무 명의 자녀를 둔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상당히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 첫 결혼에서 얻은 5남 2녀 중 장남 빌헬름 프리데만과 차남 칼 필립 엠마누엘은 훌륭한 음악가로 자랐다. ‘함부르크의 바흐’라고 불리게 된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는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항상 작품을 쓰는데 매진했던 아버지는 언제나 차분하고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집안은 항상 즐거움이 넘쳤다.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이는 때는 우리가 공부를 게을리 할 때 뿐이었다.” 바흐의 두 번째 부인인 마리아 막달레나 역시 13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그 중 막내 요한 크리스찬(1735~1782)은 훗날 ‘런던의 바흐’로 불릴 정도로 훌륭한 음악가가 되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자녀들에 대한 바람은 즐겁게 음악을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적성에 맞게 악기를 잘 연주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작곡 공부를 하기를 원했다. 그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인벤션’과 ‘신포니아’를 만들었다. 인벤션은 발명, 악상, 착상 등의 뜻을 가지고있는 라틴어 ‘인벤티오(inventio)’ 서 유래했다. 각각 15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집의 각 작품들은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작곡법인 ‘대위법적’으로 쓰여졌다. 대위법이란 주제 선율이 한 성부에서 등장하고 다른 성부에서 곧이어 모방하는 작법이다. 특히 2성 인벤션은 엄격한 대위법 양식인 캐논(Canon)기법으로 작곡되었다. 

인도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라훌라의 출가’.

‘인벤션’과 ‘신포니아’는 1722년 작곡된 이래 오늘날까지 심도 있는 피아노 학습을 위한 필수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편의상 2성 인벤션과 3성 인벤션으로 불리는 이 30곡의 작품들은 모방 대위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이며 동시에 각각의 예술적인 훌륭함을 지니고 있다. 바흐는 자녀들이 기술을 연마함과 동시에 예술적인 ‘악상’을 유연하게 표현해 내기를 바랐다. 간결한 제시부와 긴 전개부를 가진 이 곡들은 형식적으로 고전시대를 예견하게 하는 소나타 형식의 조성전개를 암시하고 있다. 특히 3성 인벤션인 신포니아는 조금 더 확장된 형태로 양 손으로 세 개의 성부를 구현해 내며 심미적 구조를 담고 있는 바흐의 작품중 빼 놓을 수 없는 푸가(Fuga)의 형식를 보여준다.   

숫도다나 왕은 아들이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붓다가 되어, 설법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찬탄을 받는 아들을 고국으로 불러 샤카족의 명예를 확인하고 싶었다. 부왕은 여러 차례 라자가하로 사신을 보냈으나 그들은 모두 붓다를 만난 뒤, 그를 따라 출가를 해버리고 말았다. 드디어 부왕은 싯닷타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깔루다이까지 라자가하로 보내어 붓다를 고국으로 초청하고자 했다. 그러나 왕의 명을 전하러 라자가하로 떠난 깔루다이 역시 붓다의 설법을 듣고는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붓다는 출가한지 7년이 되던 해, 부왕의 뜻대로 모국 까삘라왓뚜를 방문했다. 부왕은 그를 위해 성대한 법회를 마련했고, 야소다라는 아들 라훌라를 데리고 참석했다. 꿈에도 그리던 남편의 모습을 본 야소다라는 라훌라에게 “저 분이 너의 아버지이시다. 아버지께 너의 유산을 달라고 해보거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붓다에게는 아들에게 물려줄 재물은 없었다. 세속적인 부나 재산은 또 하나의 고통과 같음을 통찰한 붓다는 라훌라에게 일곱 가지 출세간의 보물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사리풋타를 통하여 라훌라를 출가하게 하였다. 라훌라가 아버지에게 받은 위대한 유산은 믿음, 계율, 양심, 부끄러움, 다문, 보시, 지혜였다. 

로베르트 슈만은 1848년 사랑스러운 작품집을 남기게 된다. ‘어린이를 위한 앨범 작품 68’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의 ‘즐거운 농부’를 비롯한 43개의 어린이를 위한 연습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반부에는 어린이를 빗댄 어른의 작품과도 같은 가곡들을 포함한 이 작품집은 슈만이 큰딸 마리의 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만든 작품집이다. 각각의 짧은 작품이 어린이의 순수한 감성을 담고 있고,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알아야 할 여러 가지 테크닉도 담고 있다. 아버지가 된 슈만이 아이들에 대한 순수한 시선과 스스로의 성숙한 새로운 태도를 느낄 수 있다. 

클로드 드뷔시는 1906년 한 살이 된 딸 엠마를 위해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나의 사랑하는 슈슈(애칭)에게’라는 헌정 글을 앞머리에 담은 여섯 개의 모음곡 ‘어린이 차지’가 그것이다. 세 번째 곡인 ‘인형의 세레나데’를 먼저 작곡하고 난 후, 나머지 다섯 곡을 작곡했다. 슈만의 작품과는 달리 조금은 성숙한 또는 재능이 뛰어난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수준의 작품집이다. 드뷔시가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린이에게 동화된 느낌으로 작곡했으며, 스스로 어린 시절의 오마주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어릴 때 기억이나 에피소드를 작품 속에 제목과 함께 담아 놓았다. 어른에게 오히려 더 친밀하고 직접적인 호소력 있는 음악으로 다가오는 이 작품집은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는 음악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또한 드뷔시의 작품 중 가장 따뜻한 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드뷔시 특유의 재치와 유머러스한 면모도 담겨있다.

드뷔시와 그의 딸 슈슈.

목갈라나는 라훌라의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혀 주었고, 사리풋타는 라훌라를 보살피고 지도해 줄 스승이 되어 주었다. 수행자들은 모두 우물가로 모여 머리에 물을 뿌려주며 라훌라를 축복해주었다. 라훌라의 출가를 알게된 부왕 숫도다나와 야소다라는 다시금 충격에 휩싸였다.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깎고 자랑스럽게 발우를 들어 보이는 라훌라의 모습을 본 숫도다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왕위를 이을 라훌라까지 출가를 하고 말았으니, 숫도다나 왕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에 왕은 붓다에게 어린아이가 부모의 동의 없이 출가하는 것을 금지케 해달라는 청원을 하였고, 붓다는 이를 받아들여 부모의 동의 없이 어린아이가 출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율을 정하였다.  

이전 연재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예를 들어 언급했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면서도 명료하다. 바흐, 슈만, 드뷔시와 쇼스타코비치.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의 작곡가이지만, 모두 자식들을 위해 특별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들이 가진 가장 훌륭한 재능으로 가장 위대하고 소중한 유산을 남긴 것이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된 아들 라훌라에게 가장 위대한 유산인 일곱 가지 보물을 남긴 붓다. 바흐의 심오한 악상과, 슈만의 성숙한 태도와 드뷔시의 따뜻한 시선. 비록 그 상황과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랑으로 남긴 유산은 가장 훌륭하고 위대하지 않을까.

김준희 피아니스트 pianistjk@naver.com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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