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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일 대응을 감정문제로 폄하말라

“형제가 담 안에서 싸우는 일은 있지만 밖의 침략에 대해서는 함께 막는다”는 말이 있다.(‘시경’) 요즘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일부 언론의 일본판과 관련된 일을 보면서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안에서의 비판과 밖의 편을 들면서 밖의 힘을 이용해 안을 치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다.

물론 일본의 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과거와 연관된 감정 때문에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해 결국 우리 국익을 해치게 된다면, 그것은 일부 언론에 실렸던 글처럼 참으로 ‘옹졸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는 분명 감정적인 요소가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그 이상 ‘사실적’인 문제가 있고, 또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문제, 과거에 대한 올바른 반성 등의 여러 문제가 담겨져 있다. 감정 문제 때문에 그런 것들에 지나친 대응을 하여 중도를 잃는 것은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런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감정문제로 폄하하여 매도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문제의 근원에는 일본이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개인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서로 잘못을 할 수는 있다. 그러면서도 또 서로 화해를 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다.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근본은 서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겸허하게 용서를 구하는 태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의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치게 인색한 태도를 보여 왔다. 많은 학자와 지성인들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는 독일이 철저하게 과거를 반성하고 청산한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우호의 역사를 이루어가기 위한 근본 조건을 이루는 데는 인색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국력을 내세우고,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면서 거꾸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거기에 과거의 문제와 연관된 감정이 결부되면 자칫 과열된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럴 때 정말로 올바른 언론의 계도적 역할은 어떤 것일까? 아주 상식적인 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관계에 충실할 것을 호소하고, 지나친 감정으로 국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며, 문자 그대로 ‘옹졸함’을 벗어나 큰 태도에 서기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언론 일본판의 논조는 분명 일정 선을 넘은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안에서 스스로를 비판하고, 또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다투는 것과, 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국익을 함께 지키는 것은 경우가 다른 것이다. “외국이 옳을 수도 있지 않으냐?” “그들의 편을 드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에도 이익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말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엄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정말 이 나라 안에서 다투는 상대편이 너무도 극악하여, 외국의 힘을 빌어서라도 타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거론하는 문제에 대하여도 지나치게 감정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일부 언론이 잘못을 하였다면, 철저히 비판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면 된다. 언론이라는 것은 결국 독자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히려 언론이 독자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우리 독자들이 만들어 온 것을 반성해야 한다. 언론보도의 문제로 좀 시끄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독자들이 감정에 쏠리지 않되, 언론에 대하여 엄하게 비판하고 잘못된 행태에 대하여 엄하게 단죄하는 자세를 갖추었다면 언론들이 저렇게 교만하게 굴 수 있을까? 지금의 문제가 지나고 나서 여전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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