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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그리고 삶과 죽음 천착해온 수필가 맹난자의 문필 인생 55년

  • 불서
  • 입력 2019.07.31 10:31
  • 호수 1499
  • 댓글 0

‘보다 느끼다 쓰다’ / 홍혜랑 외 지음 / 북인

‘보다 느끼다 쓰다’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삶에서 느끼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린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고통을 대함에 있어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고통에 함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외면 혹은 회피하는 경우다.

불교수필가로 널리 알려진 작가 맹난자는 그 고통을 맞아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고통을 직시하고 그 근원을 파헤쳐 수용함으로써 온전한 치유를 얻어냈다. 남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치유의 수단으로 문학을 택했고, 불교교리를 공부했다. 또 문인이나 예술인들 죽음의 현장을 마주하면서 죽음으로 인한 공포와 허무에서 벗어났다. 그 자리에서 그들 삶의 자취를 더듬고 문학세계를 섭렵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위로받고 삶의 열정을 얻었던 것이다.

특히 그는 자기 치유에 머물지 않고, 희수(77세)의 나이에도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기 위해 종교·철학·문학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면서 후학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항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고 독려해왔다.

문단의 후학들이 그의 문필 인생 55년을 기념해 평론집 ‘보다 느끼다 쓰다’를 출간한 이유다. 작가 맹난자의 문필 55년은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을 친견하고 쓴 기행문 ‘극락지일야’를 대한불교신문에 게재한 1964년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그는 동국대에서 불교철학 공부, 1969년부터 10년 동안 월간 ‘신행불교’ 편집장 역임, 능인선원에서의 강의를 비롯해 불교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 편집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러한 과정까지 녹여낸 그의 수필은 영성수필, 불교수필, 동양사상수필 등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맹난자가 쓰는 수필은 ‘맹난자수필’로 지칭되어야 한다. 맹난자가 쓴 작품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쓰는 수필도 ‘맹난자수필’이기 때문”이라며 그의 수필을 특정 영역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신재기 평론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수필계의 한복판에 거취를 두면서 고정된 창작방법을 깨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자기만의 개성적인 수필쓰기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보여주었던 몇 안 되는 수필가”라고 평했다.

또 허만욱 평론가는 “죽음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기피하던 수필문단의 관습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죽음이라는 초월의 세계를 인식론적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시도한 수필가다. 죽음을 통해 인간 삶의 성찰과 의미화를 구현하고 있는 맹난자의 수필작업은 수필을 수필답게 하는 창작정신의 실현”이라고 진단했다.

맹난자의 수필은 그렇게 사유가 어떻게 수련되는가를 보여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은 평론가들을 통해 그가 수필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인식시켰는지 보여줌으로써, 불교수필가 맹난자의 삶과 문학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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