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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와 노장은 서로 얼마나 통하고 다를까?

  • 불서
  • 입력 2019.07.31 10:35
  • 호수 1499
  • 댓글 0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상·하)’ / 이은윤 지음 / 민족사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상·하)’

“노장(老莊)은 저 멀리 설정해 놓은 이상을 향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접촉하고 있는 자연적·일상적 직접성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이 같은 설법 속에는 본체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차이와 다양성, 즉 ‘현상세계의 삼라만상’을 체용일여(體用一如)의 세계관으로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깊은 철학이 들어 있다.”

“선사상도 같은 입장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며, ‘푸른 대나무’와 ‘계곡물 소리’가 부처의 법신이고 설법이 되는 도리도 바로 이것이다. 선가(禪家)의 현성공안(現成公案)은 공(空)과 색(色), 유(有)와 무(無) 양쪽 둘 다를 초월한 절대긍정의 존재론으로 두두물물의 실존을 기꺼이 수용한 것이다.”

선불교가 노장사상과 상통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그러나 노장의 시각으로 선어록을 읽으며 그것을 대중에게 설명한 경우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이은윤 전 중앙일보 종교담당 대기자가 “중국의 선은 사상적으로 유심, 공, 반야, 불성, 여래장 사상에 바탕하고 있으면서도, 그 스타일이나 방식, 대화의 기법 등 문화적으로는 노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그 예를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상·하)’ 두 권에 담았다.

저자는 최근 몇 년 간 ‘노자’ ‘장자’를 숙독했다. 덕분에 “오랜 종교기자 경력에서 소경 벽 더듬은 식으로 익혔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선구들을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선과 노장이 아주 가깝게 이웃하고 있음도 확인했다”고 밝힌 저자는 선과 노장을 연결해 읽을 때 자유롭고 활발발한 선의 세계를 훨씬 더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은 그래서 탄생했다.

노장을 “선불교 이해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선불교와 노장사상 사이에 비슷한 듯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선의 발전을 위해 폭넓은 이해가 필요한 때에 노장의 사상이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대표적으로 중국 초기 선불교에서는 ‘무(無)’ ‘무위(無爲)’ 등 노장의 언어를 빌려서 불교의 공(空) 사상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다며, 이것을 보통 ‘격의불교(格義佛敎)’ ‘격의불교시대(220∼420)’라 한다고 덧붙였다. 노장 사상의 핵심어인 ‘무(無)’를 가지고 공(空)을 이해시켰는데, 당시로서는 노장의 ‘무’가 ‘공’을 이해시키기에 가장 적합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은 조주선사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왜 ‘공’이라 하지 않고 ‘무’라고 했는지 유추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조주선사가 주석하며 ‘정전백수좌’ 공안을 남긴 백림선사 전경. 잣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은 조주선사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왜 ‘공’이라 하지 않고 ‘무’라고 했는지 유추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조주선사가 주석하며 ‘정전백수좌’ 공안을 남긴 백림선사 전경. 잣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다.

그래서 노장의 무와 불교의 공의 의미가 100%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 상통하는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우리말로 하면 ‘없다’와 ‘비었다’의 차이라는 것이다. 또 조주선사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묻자 ‘공’이라고 답하지 않고 ‘무’라고 답한 것은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말 오대와 송대, 명·청대에도 선승들은 노장의 문장과 언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재생산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말은 비슷해도 문장은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선승들이 차용과 동시에 자기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임제선사와 운문선사의 어록에서도 몇 가지 실례가 있다면서 임제선사의 ‘무위진인’이나 운문선사의 ‘간시궐’을 노장사상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조주 ‘무’자 화두를 비롯해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잔다’ ‘평상심이 곧 도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선가 3경’ ‘경계·의상·의경’ ‘구지선사의 한 손가락선’ 등을 주제로 노장에 기초해 풀이했다.

그럼에도 선불교와 노장 사이에 종교적 차이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노장은 세속을 버리고 산 속에 들어가 해탈하는 것을 지향하는 반면, 선불교는 세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같이 사는 것(입전수수)”이라는 설명이다. 노장사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어록을 살핀 책에서 노장사상과 선불교가 서로 통하는 지점을 볼 수 있고, 또한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른 지향점도 확인할 수 있다. 각권 2만2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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