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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일본 경제제재와 화쟁

기자명 법장 스님

욕심에 눈멀고 헤맬 때 이끌어주는 게 화쟁

일방적으로 피해주었던 일본
결국 선거 때문에 다시 과오
한일 공동목표는 잘 사는 것
참회에 용서 화답할 때 화쟁

지난 한 주 동안 거의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는 일본의 무역제재와 경제보복,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일본산 물건 불매운동이 뜨겁게 다루어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G20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에 일본에서 지난 정부에서 이루어진 일들을 다시금 거론하며 무역제재를 통해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하며 우리나라와 깊이 엉켜있는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이 앞장서서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이나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 등 시민운동을 일으켜 양 국가 간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와 국가의 문제이기에 섣불리 행동이나 말을 해서도 안 되건만 이번 문제는 그간 양국가가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던 문제들을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다루며 더욱 깊이 상처를 주고 화해를 하기 위한 길조차도 없애려고 하는 듯이 보인다. 긴 역사 속의 일이기에 가볍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분명 민족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받은 입장이다.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한다고 해도 어려운 것이 국가 간의 문제이건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준 쪽에서 다친 쪽에 다시금 심한 언행을 한다면 그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이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도 지나칠 정도의 부정적인 생각과 폭력적인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특정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에게 이유 없이 욕설이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고 일본을 갔다 온 사람이나 사두었던 일본물건을 쓰는 사람에게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이 몰아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모두가 몹시 격양되어 있고 무엇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를 지나치면 우리를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 오히려 서로를 불신하고 무엇을 위한 사회운동인지도 모르게 변질되어 버린다. 적어도 지금은 우리끼리 더욱 이해하고 대화하며 그들에게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승인 원효 스님은 신라의 통일 전쟁을 고스란히 경험하셨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다른 국가의 국민들이 신라인이 되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만 했던 말 그대로 혼돈의 시기였다. 또한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던 모습을 보며 원효 스님은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경험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기에 원효 스님은 ‘일심(一心)’과 ‘화쟁(和諍)’을 필연적으로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일심’이란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이 생각하고 집착하여 탐(욕심)·진(성냄)·치(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구성되어 있고 그 형상과 존재는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집착할 것도 나의 것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심의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자신의 이익을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허우적거리는 것은 마치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은 것으로, 결국 우리는 똑같은 목표와 똑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기에 다툴 필요도 없고 빼앗으려고 발버둥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쟁’이다. 서로가 자신의 욕심에 의해 눈이 멀어서 정작 가야할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바로 잡아주고 같은 길을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바르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태현 스님의 ‘범망경고적기’ 제11경계인 통국사명계를 보면 본래 출가승려(보살)의 정치참여는 계율로 금지되어 있으나 서로가 극심하게 다투거나 전쟁 등을 일으키려 한다면 마땅히 그들을 중재시키고 바른 이해를 가르쳐 그러한 일을 없앤다면 계율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불교는 오랜 역사 속에서 자비와 비폭력으로 많은 국가와 민중들을 지켜내고 함께 해왔다. 원효 스님의 화쟁과 같이 이 시기에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비로서 국민들과 함께하며 지금의 문제를 잘 화해시키고 더불어 나아갈 수 있는 바른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불교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사유해야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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