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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남양주 수종사 금동비로자나불상

기자명 이숙희

탑 해체 과정에서 불상 등 유물 발견
명문에서 15·17세기 왕실 발원 확인

팔각오층탑 초층탑신·옥개석서
모두 25점의 금동불상군 발견
금동비로자나불의 대좌 바닥엔
인목대비 김씨 발원 조성 명문

수종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1628년, 높이 20㎝.
수종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1628년, 높이 20㎝.

경기도 남양주시 수종사(水鐘寺) 경내에 있는 팔각오층석탑에서 조선시대의 금동불상군 중의 하나인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이 발견되었다.

수종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돌 틈으로 흘러나오는 샘물이 땅에 떨어질 때 종소리를 낸다는 데서 절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1458년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가 양수리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한밤중에 맑은 종소리가 나서 깨어나 산위의 암자 속에서 십육나한을 발견하고 이듬해에 절을 중창하였다고 전한다. 그 후 1890년에 또 한 번 중창이 있었으나 6·25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고 1974년에 대웅전을 신축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수종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뛰어나다. 이 때문인지 조선시대의 문인들은 배를 타고 남한강을 따라 여주 쪽으로 가거나 북한강을 거슬러 춘천 쪽으로 가면서 많은 시문을 남겼다. 특히 남양주시의 소내에 살았던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은 문인들과 수종사 일대를 여러 번 여행하면서 많은 시를 지었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은 대웅전과 요사채 사이에 부도, 탑과 함께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원래 경내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 탑은 장소 이전 때문에 1957년과 1970년 두 번에 걸쳐 해체, 복원되었는데 이때 불상을 비롯한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팔각오층석탑의 초층탑신과 1층, 3층 옥개석, 기단 중대석에서 모두 25점의 금동불상이 나왔다.

이 금동불상군은 조선 왕실에서 발원한 것으로 불상의 명문에 의해 15세기와 17세기 두 차례에 걸쳐 조성되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불상이 발견된 3층 옥개석 윗면의 구멍 안에는 ‘홍치육년(弘治六年, 1493년)’이라는 묵서가 적혀 있었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그중 초층탑신에서 발견된 금동비로자나불상은 대좌 밑바닥에 1628년(인조 6)에 인목대비 김씨가 발원하여 조성하였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20㎝ 정도의 작은 크기 불상이지만 왕실에서 발원하여 17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이다. 머리를 약간 숙이고 움츠린 자세를 하고 있다. 네모난 얼굴에 상체가 크고 유난히 다리가 빈약하게 처리되어 불안정한 신체비례를 보여준다. 머리에 표현된 2개의 계주 장식과 간략한 옷주름 처리는 조선 후기의 불상에 많이 나타나는 시대양식이다.

특히 2개의 계주 장식은 중국 원대 티베트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고려 말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오른쪽 어깨 위에서 내려와 접힌 옷자락이나, 왼쪽 어깨 위에서 넓게 주름이 잡힌 옷주름 표현도 중국 명대불상에서 비롯된 새로운 요소로 조선시대 불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수종사 석탑에서 발견된 금동비로자나불상은 크기가 작지만 정확한 조성시기를 알 수 있고, 신체비례나 앉아 있는 자세, 법의의 착의법, 옷주름 표현 등에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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