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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에 담긴 의미

기자명 만당 스님

불갑산에는 7월 중순부터 노란색 상사화가 피기 시작하여 9월 초·중순에는 붉은색 상사화로 온 산천을 붉게 물들인다. 불갑산에 상사화가 피는 철에는 가히 선경(仙境)을 이루어 내니, 옛 사람들은 ‘호남제일지가경, 해동무쌍지보계(호남의 제일 뛰어난 경치요, 해동에서 둘도 없는 보배로운 곳)’이라고 찬탄하였던 곳이다. 

6월말 상사초 잎이 완전히 사그라져 없어지고 나면, 노랑상사화는 7월 중순에, 분홍상사화와 흰상사화는 8월 초순에, 붉노랑 상사화는 8월 중순에, 붉은 상사화는 9월 중순에 흰 빛깔의 꽃대만 미끈하게 쭉 뻗어 올라와 청순함과 고결함을 보여주고 나서, 이내 화사한 자태의 꽃을 피워내며 세상을 밝게 빛낸다. 이렇게 피어난 꽃은 15일 정도 유지되다가 시든 후 11월 초순경이면 꽃대가 완전히 사그라져서 없어지게 된다. 이어서 12월 중순경부터 다시 상사초 잎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온 산천을 초록빛깔로 만들어 삭막한 겨울 산야에 생기를 북돋워준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는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연모하는 정을 간직한 꽃으로 불린다. 더 나아가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 ‘무한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영겁의 애틋한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상사화에는 불교적인 깊은 의미도 담겨 있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상사화를 피안화(彼岸花)라고 불렀다. 불교에서는 중생세간을 차안(此岸)이라고 하고, 부처의 세계 즉 깨달음과 해탈열반의 세계를 피안(彼岸)으로 부른다. 차안은 번뇌망념으로 인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겪는 질곡의 세간 곧 사바세계를 뜻하고, 피안은 생사해탈하여 모든 괴로움을 벗어난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열반의 세계를 말한다. 

피안화는 잎이 사그라진 뒤에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핀다. 여기서 잎이 무성하게 나있는 상태는 번뇌망념이 치성한 중생세간 즉 차안을 의미하며, 잎이 완전히 사그라진 상태는 치성하던 번뇌망념이 소멸된 것을 의미한다. 꽃대만 올라와 꽃이 밝게 핀 상태는 깨달음을 통해 열린 해탈열반의 세계 즉 피안을 의미한다. 이처럼 피안화는 해탈열반의 이상향, 곧 불국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꽃이다. 그래서 피안화가 사찰주변에 많이 피어 있는 것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번뇌와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을 벗어나서 해탈열반의 즐거움의 세계에 노닐도록 메시지를 전해준다.

피안화를 무심코 보면 한 꽃대에서 한 송이 꽃이 피는 것으로 보기 쉽다. 분명 우리 눈에 한 송이로 보이는 피안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대 끝에서 보통 여섯 개의 작은 가지가 갈라져 나와 있고, 그 각각의 작은 가지마다에 한 송이씩 피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피안화 한 송이는 여섯 개의 작은 꽃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여섯 개의 꽃은 대승보살의 실천수행 덕목인 육바라밀을 상징한다. 이 여섯 개의 꽃이 모여 한 송이의 아름다운 피안화를 이루듯이, 육바라밀 수행을 완성함으로써 깨달음을 이루게 되고, 깨닫고 나서 보니 이 우주법계 전체가 바로 불국세계로서 모든 중생세간이 차별 없이 총체적으로 모여 조화롭게 장엄하고 있는 것이 마치 한 송이 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세계일화라고 하였던 것이다. 또 여섯 개의 꽃은 육도의 중생세간을 뜻하고, 여섯 개의 꽃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는 것은 육도의 중생세간이 모여 하나의 불세계를 이루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은 중생이 곧 부처요, 부처가 곧 중생이라는 진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일즉일체다즉일 일중일체다중일’이라는 화엄법계의 진리를 나타내는 상징의 꽃이 되는 것이다. 

안팎으로 복잡한 요즈음 여러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함께 피안의 세계에 도달할 날을 염원해 본다.

만당 스님 영광 불갑사 주지 manndang@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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