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는 어떤 과정 거쳐 어떻게 만들어졌나?
한글창제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는 어떤 과정 거쳐 어떻게 만들어졌나?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9.08.12 13:07
  • 호수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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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맹가노니’ /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나랏말싸미·맹가노니’

“과연 세종 치세가 태평성대였을까? 태평성대를 이룬 왕이 뭐가 답답해서 중국과 신하들 눈치를 보며 새 문자를 만든단 말인가? 세상에 없던 문자 체계를 새로 만든다는 게 왕성한 지적호기심과 여유로운 취미생활로 가능한 일인가? 영화 일을 하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 행복한 인간은 결핍을 느끼지 않으며, 절박한 결핍이 없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역설. 슬프지만 진실이다. 훈민정음이 위대한 창작물이라면 그 뒤에 거대한 결핍이 없을 리 없다. 이것이 드라마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시나리오를 쓴 이송원은 그런 방식으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을 바라보고, 당시 시대상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가 하나의 가능한 세계를 창조한다면, 시나리오는 환상의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기에 시나리오 작가에게 이같은 세상 보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각본가는 러닝타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고 메시지를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이야기의 곁가지를 검토하면서 어떤 것은 살리고, 또 어떤 이야기는 쳐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이송원 작가가 시나리오에 해설을 붙여 ‘나랏말싸미·맹가노니’로 엮으면서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나리오에 해설을 단 새로운 형식의 책을 선보이면서 하나의 가능한 세계를 창조하는 시나리오의 행간과 그 이면에 있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풀어낸 것이다. 

“남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쉬운 문자를 만들려는 분투 끝에 위대함의 반열로 진입하는 인간 이도의 험난한 여정을 그리고자 했다. 그 길의 동반자로 신미라는 실존인물에 주목했으며, 세종과 맞서고 협력하고 격돌하는 영화적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1443년 12월30일자 실록기사 이전의 역사공백을 개연성 있는 허구로 재구성한 작업의 요체다.”

작가는 이처럼 좌절에 빠진 세종이 시력과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문자를 만들어 위대해져가는 과정을 극대화함으로써,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영화 속에 담으려 했음을 책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책은 영화를 하나의 가능한 세계로 이해하지 않고, 기존의 교과서적 외침에 얽매인 소위 평론가와 대중들로부터 “역사왜곡”이란 질타를 받아야만 했던 영화 ‘나랏말싸미’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그 시나리오에서 “고려는 중들이 부처를 빙자하여 부와 권력뿐만 아니라, 지식마저 독점했기에 썩어서 망했다. 과연 조선의 유자들이라고 다를까? 나는 새 문자로 그 독점을 깨버리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싶다.(세종)” “중생이 딴 맘 먹으면 고작 밥벌레지만, 중놈이 딴 맘 먹으면 마구니 된다.(노승)” 등 시대를 막론하고 불교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대사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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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규 2019-08-12 22:15:51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주도한 세기적 사업이었다.
그 위대한 역사와 문화적 자긍심은 타에 비할바가 없다,
하지만 사업이란게 그 과학적이고 심오한 학문적 깊이와 기술적 탁월함은
전문성이 있는 여러 스텝들의 역할과 전문적 기능일 뿐이다.
그런 기술적인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기술과 제도 발전은 다른 일이다.
제도적 지원이 없으면 기술은 사멸되고 말뿐이다.
그런 기술적 기반을 가진 시대적 전문가 집단은
누가 뭐라해도 사찰과 승려 집단 뿐이고
고려말 조선 초의 시대적 학문의 부흥과 원과 명의 문화 정책이 주력하고
갈구하던 학문적 투자와 성취의 집대성이 이루어진 인류사의 기적적 사건이다.
의도하고 기획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