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의 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교단 재판국이 교회 부자세습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보편적 상식이 통하는 곳이었다면 세습이라는 유령이 21세기 대한민국을 활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명성교회 사태로 한국교회의 세습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143곳에서 교회 대물림과 세습이 이뤄졌다. 특히 이들 교회 중 79%인 113곳이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교회였다. 시골의 가난한 교회에서의 세습은 0%였다.
교회세습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것이다. 세습의 유형도 다양했다. 직접 교회를 물려주는 경우 외에도 다른 교회를 차려준 뒤 합병형식으로 교회를 물려주거나 규모가 비슷한 교회끼리 상대편 자녀를 후계 담임목사로 데려오면서 교차세습 하는 곳도 있었다.
세습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업을 물려받는 것도 세습이다. 기술의 대물림을 통해 장인정신은 더욱 빛이 난다. 그러나 재물과 권력의 대물림은 다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은 일상으로 벌어진다. 북한의 부자세습, 재벌들의 부의 세습에서 보듯이 세습은 사회의 보편적 질서를 훼손하는 ‘사회악’이다.
특히 교회는 개신교신앙으로 이뤄진 공동체이며, 공적영역이다. 기독성서에는 “하나님과 재물은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돈과 명예, 권력을 핏줄에게 대물림하고자 하는 탐욕의 바이러스가 교회 내에 창궐하고 있다.
‘법구경’에 “쇠에서 난 녹이 결국은 쇠를 집어 삼킨다”는 가르침이 있다. 만약 교회세습이라는 자체 바이러스를 방치한다면 결국 개신교는 녹이 쇠를 집어 삼키듯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한 불자 수 감소를 개신교와 비교해 불교폄훼 논거로 삼는 해종세력에게 지금의 세습교회가 한국불교가 지향해야 할 미래인지 새삼 되묻고 싶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