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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마오쩌둥의 세뇌

기자명 김정빈

마오쩌둥 찬양 보며  불교계 우상화 경계하다

중국 격변기 이끌었던 ‘마오쩌둥’ 
중국인들 무의식 중 찬양 일관해
불자들 역시 세뇌 경향 점검해야 
늘 치열한 토론거쳐 정법 검증을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마오쩌둥(毛澤東)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2만5000리를 행군한 ‘대장정(大長征)’을 거쳐 장제스(蔣介石)를 중국 본토에서 몰아내고 중화인민 공화국을 수립한 의지의 인물이다. 그는 평생을 두고 헌 옷을 입기를 즐겼고, 심지어는 꿰맨 옷이나 양말을 착용하고 외국 손님을 맞기도 하였다. 또 특이하게도 신발을 사병들에게 신겨서 어느 정도 낡아진 다음에 신었다고 한다. 그것이 ‘촌놈’인 자기에게 맞다는 것이었다.

그는 잠이 들면 매우 심하게 코를 골았고, 누가 잠을 깨우는 것을 아주 싫어하였다. 어느 때 마오쩌둥은 사흘간이나 잠을 자지 못하고 일을 한 다음 곤하게 잠에 빠졌다. 그가 잠이 든 지 얼마 뒤에 일꾼 몇 명이 목욕탕을 고치려고 나타났다. 보초와 비서가 일을 하느니 마느니 승강이를 하던 중에 무거운 철근이 욕탕에 떨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다. 마오쩌둥이 문을 벌컥 열고 노기가 충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보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하고 소리쳤다. 그 호령에 보초는 부동자세를 하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십억 중국인을 호령하는 사나이의 엄명을 기다릴 도리밖에는 없었다. 마오쩌둥은 숨을 씩씩거리면서 화를 참기 위해 애를 쓰더니 입술을 깨물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삼대기율(三大紀律)과 팔항주의(八項主意)라는 것이 있으니 내가 너를 때리거나 힐책하지는 않겠다. 그 대신 벌로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서 있어라, 알겠나?”

얼마 후에 그는 부하에게 이런 벌을 내린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어느 때 마오쩌둥이 일을 보고 있는데 폭격기가 날아와 폭격을 시작하였다. 경호원들은 미리 약속한 대로 자신들의 위대한 지도자를 떠안고 지하 벙커로 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때 그들 위로 굉음을 내며 전투기 한 대가 날아갔고,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 다발 하나가 그들 앞에 떨어졌다. 

경호원들도 순간 넋을 잃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는데 그들이 정신을 차려 보니 마오쩌둥은 자기 발 바로 앞에 떨어진 폭탄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표정은 “어째서 터지지 않는 거지?”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철학자 같았다고 한다.

경호원들이 황급히 마오쩌둥을 붙들어 방공호 쪽으로 붙들어 날랐다. 그런데 벙커 앞에 이르러서도 그는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그들의 위쪽 하늘에서는 폭격기가 굉음을 울리고 있었다. 

그를 안아 옮기기에도 지친 비서들이 마오쩌둥에게 말했다.

“주석, 안으로 드시지요.”
“아직 담배를 피우지 않았어. 잠깐 폭탄 떨어지는 것을 구경 좀 하고….”

정말로 그는 폭탄이 떨어져 터지는 것을 구경할 만큼 구경한 다음 말했다.

“구경 한 번 잘 했군.”

한 번은 그가 일하고 있던 건물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포연이 사라진 다음에 보니 그는 처음에 들고 있던 찻잔과 쓰고 있던 연필을 그대로 들고 태연자약하게 서 있었다. 찻잔의 물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고, 연필이 그리던 선도 똑바르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 그에게 떨어진 포탄의 파편을 주워 보이자 그는 그것을 들고 무게를 가늠하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이것이면 식칼 두 개는 만들 수 있겠군!”

여기까지만 보면 마오쩌둥은 진정한 영웅이고, 참으로 민중을 사랑한 지도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적을 몰아내기 위해 이른바 ‘문화혁명’을 벌여 수백만 명의 자국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고,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수많은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을 희생시켰으며, 티베트를 점령하여 12만 명의 선량한 이들을 살상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우리는 큰 인물이라고 평가할 만한 이들에게서 보이는 인성의 다양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마오쩌둥은 중국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진시황과 함께 가장 강력한 권력자였으며, 이런 인물에게는 거대한 산 같은 면이 있다. 

산이 거대하다 보면 거기에는 아름다운 꽃과 푸른 숲도 있지만 그 반대되는 어두운 동굴과 독기가 뿜어 나오는 음습한 습지도 있게 마련이다. 마치 그와도 같이 마오쩌둥에게도 멋진 인간성과 함께 살벌한 인간성이 공존해 있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를 이끈 인물로서 자신을 우상화하여 절대적인 존재로 믿도록 하였고, 그에 성공하였다. 필자는 오래전에 하와이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영어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각각 노래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그에 응하여 한국인들은 ‘고향의 봄’을, 중국인들은 ‘마오쩌둥 찬가’를 노래했다.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한국인의 무의식에 자연스러이 배어 있는 것처럼 중국인들에게는 ‘마오쩌둥 찬가’가 자연스러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것과 같다. 그런데, 무의식이 처음부터 무의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무의식은 의식을 통해서 유입되어 저장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어떤 것이 무의식에 저장되기 전에, 의식으로써 그것을 잘 알아차려 수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감시 체계가 허술해지면 우리는 어느 사이 유입된 정보에 의해 휘둘리는 존재, 즉 자율적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이 사실은 타율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 원리를 악용하는 것이 ‘세뇌’인데, 세뇌는 공산당이나 마오쩌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뇌는 종교적으로도 이루어진다. 기독교, 이슬람교 등 신을 믿는 종교들의 근본주의자들이 보이는 배타성이나 공격성 또한 세뇌 원리로써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에는 세뇌 현상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 불교계에도 이른바 ‘큰스님’들을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고, 그분들의 가르침에 세뇌되어 정법으로부터 멀어진 신자들이 많다. 부처님께서는 어떤 것이 바른 법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부처님 자신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가진 치열한 비판정신임을 강조하신 바 있다. 똑바른 의식으로 나에게 유입되어 오는 정보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정신은, 불제자이자 지성인으로서의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이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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