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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원영연(58)-상

기자명 법보

이번 생 마치기 전 수행 발원
온라인 카페들 전전하다 인연
불칠·선칠 집중수행 만나 동참
중풍 후유증 고통에 탈출 반복

원영연(58)

타는 목마름으로 온라인 카페들을 전전하며 이생을 마치기 전 최선을 다하여 수행을 하다가 가자는 마음으로 헤매고 있었다. 수행에서 발행한 분들을 찾아 수행이 무엇인가를 듣고자 했으나 지엽적 말씀만 하실 뿐 실익이 없었다.

고인들께서 간곡하게 스승을 찾으라는 말씀 따라 돌아다녔지만 누가 스승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자주 방문하는 카페에 ‘샤나한’님께서 불칠(佛七, 염불)과 선칠(禪七, 좌선) 수행에 관한 안내문을 게시하셨다.

처음엔 불칠·선칠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불칠·선칠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복잡한 서울보다는 평소 법문을 대하면서 ‘참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생각했던 청화 스님께서 창건하신 성륜사에 방문 겸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참여의사를 밝혔다. 평소 속을 썩이는 남편이 참선수행에 참여한다고 하니, 편한 옷과 침낭 등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히 챙겨 주었다.

드디어 대망의 4월2일. 새벽에 곡성으로 출발해 성륜사에 도착했다. 주위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70명이니 90명이니 하며 잠자리가 모자랄 것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갑자기 귀차니즘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일단 왔으니 법문이나 듣고 가자 생각했다. 법문을 듣던 중 중풍 맞은 오른쪽에서부터 안쪽 다리 복숭아뼈까지 예리한 칼날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뼈를 찢는 듯한 통증에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잠자리 등이 불편해도 참고 수행하라 하시는 당부 말씀이 끝나기도 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길로 곧장 집으로 향하게 됐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 통행 카드가 발급되지 않았다. 호출을 눌렀다. 사진이 찍혔으니 목적지 출구에서 정산하라고 했다. 목적지 출구에는 자동 수납 시설이 되어 있어, 사람이 정산해주는 곳이 있는 직전 고속도로 출구로 나왔다. 그런데 어디에서 출발했냐는 안내원의 물음에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아서 대답을 제대로 못했고, 계속 실랑이 하다 다시 곡성으로 2시간 반을 달려 성륜사로 돌아왔다. 결국 다시 수행에 임하게 됐다.

성륜사에서 진행되는 7일 집중수행은 중국불교에서 비롯된 불칠과 선칠이었다. 불칠은 새벽 4시 능엄신주를 포함한 아침예불로 시작해 아미타경, 아미타찬, 아미타불 염불로 지속됐다. 선칠은 새벽 3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좌선 20분 포행이 반복됐다. 

하루하루 수행을 이어가면서 가피라고 할까? 등쪽으로 기운이 쟁기질하듯 오르기도 하고, 아랫배가 텅 비어 투명한 구슬이 척추를 때리는 것 같았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니 기해혈에 둥그런 자리가 생겨 통증이 엄습하기도 했다. 스님께 여쭈니 다 좋은 징조라 말씀하셨다.

집중수행 5일째, 토요일 저녁이었다. 방 배정 문제로 심통이 났다. 월요일에 출근이나 하자고 두 번째 탈출을 감행(?)했다. 일요일 새벽, 잠이 부족하여 어지러운 상태로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철야하면서도 쉴 공간이 없고 방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그게 다 공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께 인사는 드리고 온 거야”라고 물었다. “스님께서 입정에 들어 계셔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왔다”고 답했더니 이내 아내는 쉬었다 돌아가서 스님께 인사 드리고 오라했다. 먼 나라에서 오셔서 가르침을 주신 스님께 인사도 하지 않고 회향도 하지 않고 오면 안 된다는 일침이었다. 

평소 같으면 큰 소리가 날법한 순간이었다. 못된 성질 머리에 노발대발하며 싸웠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내에게 순순히 그러겠다고 답했다. 우선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오후 5시쯤 깨니 아내가 회향에 쓰라며 과일을 준비해 차에 실어줬다. 떡은 상할지 모르니 그곳에 가서 주문하라며 배웅 해줬다. 어쩌겠는가.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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