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장정희의 ‘지렁이의 외침’
62. 장정희의 ‘지렁이의 외침’
  • 신현득
  • 승인 2019.08.13 09:54
  • 호수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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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 모두가 복 짓는 방법
지렁이 한 마리로 표현한 생명사랑

부처님 전생이야기 담긴 내용
대부분 생명사랑 가르침 포함
거친 흙 씹어 부드럽게 만드는
지렁이의 고마움 시어로 표현

부처님 가르침 모두가 복을 짓는 방법이다. 이 복 짓는 가르침에서 생명 사랑을 크게 내세우셨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신도가 지켜야 할 일 중에서 제일 큰 것이 5계요, 그 다섯 중에서 ‘생명 사랑’을 첫 머리에 두고 있다. 부처님은 “생명을 죽이지 말라(不殺生). 살생은 제일 큰 죄악”이라고 가르치셨다. 

부처님은 오래고 긴 전생에서, 원숭이·사슴·말·비둘기·앵무새·도마뱀 등 수많은 동물의 몸을 가지신 일이 있다. 공덕을 짓기 위해서 이들 동물의 왕으로 있으면서 착한 일을 하신 것이다.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본생담’이라 한다. 부처님이 들려주신 수많은 ‘본생담’이 팔만대장경에 기록되어 있다. 이 중에는 이솝 이야기로 잘못 알려진 것이 적지 않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사자 가죽을 쓴 나귀’ ‘여우와 닭’… 등이 모두 이솝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고, 부처님이 들려주신 우화다. 이들 동물이야기는 생명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지니고 있다. 복을 크게 지으려면 먼저 생명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다. 지렁이 한 마리를 두고 생명 사랑을 외친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지렁이의 외침 / 장정희

거친 흙 씹어먹고 
부드럽게 
뱉아낸다는 
지렁이가,
왜 징그럽다는 걸까?

비 오면 땅속에서
숨 쉬러 올라온 
지렁이가
왜 징그럽다는 걸까?

뼛조각 하나 없이
연한 살 비틀며
기어다니는 
지렁이.

소리도 안 내고
싸우지도 않는 지렁이가 
왜 징그럽다는 걸까?

지렁이의 외침.

장정희 동시집 ‘고양이 입학식 날’(2019)

 

지렁이는 고마운 동물이다. 사람에게 고마운 일만 해 주고 있다. 거친 흙을 씹어서 부드러운 흙을 만들어 준다. 얼마나 고마운가. 그런데 지렁이를 보고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이크 지렁이봐. 아이 징그러!” 사람들은 지렁이만 보면 피한다. “얘, 너 지렁이 밟았다. 저 봐!” 길을 가다가 모르고 지렁이를 밟은 어린이는 옆 친구 말을 듣고 질겁한다. 
“뼛조각 하나 없이 연한 살로 기어다니는 나인데 사람들이 왜 저러지?” 지렁이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지렁이는 시끄런 소리도 안 내고, 싸울 줄도 모른다. 이처럼 착한 지렁이 우릴 보고 사람들은 그게 뭐야? 생명 사랑을 부처님께 배워야겠어!” 한다. 
“너희들 사람들이 우리 지렁이처럼 거친 흙을 씹어 부드러운 흙을 만들 수 있어?” “우리 지렁이는 사람들 위해 고마운 일을 하고 있는 착한 동물이야.” “우리 지렁이를 고마운 동물이라 칭찬해 줘. 흉보지 마!” 

지렁이 외침은 이거다. 

시의 작자 장정희(張貞姬) 시인은 필명이 성유(盛惟)이며, 경남 산청 출신이다(1968).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동화부문으로 등단(1998)하였고, 이후 ‘자유문학’에 동시로 신인상을 받았다. 장편동화 ‘마고의 숲’1·2권으로 방정환 문학상(2008)을 수상하였으며, 동시집으로는 ‘고양이 입학식 날’(2019)이 있다. 서울대 연구교수로 아동문학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방정환문학연구소장으로 많은 아동문학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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