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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에 겪는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성찰

  • 문화
  • 입력 2019.08.13 10:50
  • 호수 1500
  • 댓글 0

정윤영 ‘겹의 언어’ 개인전
8월21~27일 갤러리 도스
유한한 존재의 욕망 담아

순수회화에 불교미술의 요소를 가미한 방식으로 작업해 온 정윤영 작가가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겹의 언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8월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 갤리러 도스에서 진행된다. 정 작가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재현한다. 자연, 그 가운데서 식물은 그의 작업에 지속적인 모티브가 되어왔다. 이번 전시에서 등장하는 식물 이미지는 기존의 탐미적이었던 꽃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식물로 위장한 것처럼 보이는 신체 이미지는 숨겨져 있으면서도 어딘가 드러내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정 작가는 ‘몸’에 천착하며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 대부분 몸을 생각하면 ‘질병 없는’ ‘고통 없는’ ‘무결한 상태’를 떠올린다. 또한 건강한 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늘 그것을 염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건강하지 않고, 불안을 겪으며, 고통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정말 완전한 몸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Pleurothallis dilemma’, 비단과 장지를 배접한 캔버스에 분채·석채·봉채·수채·아크릴·금분, 112.1×145.5cm, 2019년.

그는 불완전한 몸 상태에서 비롯된 상실감을 바탕으로 ‘어디까지가 나의 몸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만의 정서로 만들어 놓은 몸을 생성과 소멸의 과정으로 바라봤다. 병상에서 경험했던 덧없는 존재로서의 유한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불안정함, 막연한 느낌, 스치는 생각, 안타까운 기억들의 감정을 캔버스에 옮겼다.

“존재와 시간 사이의 관계는 다층적이다. 비록 납작한 평면 그림에 불과할지라도 얇고 유약한 비단 위에 이전에 남겨진 붓질이 스며들고 다음 것 위에 얹혀 이어지는 상태는 새로움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남아있는 상태에 덧붙여지고 또 덧붙여진 채 지속되고 있는 나의 과거이자 현재 그 자체다. 인간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영원하지 않은 것, 그리고 한계에 직면했던 과거의 경험은 현재까지 그 잔영이 남아 있다.”

다양한 요소들이 한 공간 안에 자유롭게 공존하는 화면은 다층적인 겹으로 구성돼 있다. 서로 겹쳐지는 과정은 생명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역동적이고 추상적인 화면 위 제시된 절개된 꽃의 단면, 잎의 줄기, 혹은 장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들은 무한한 자유로움과 어우러진다. 오래된 경험에 대한 기억이 스며든 채 포개진 신체와 식물 이미지는 개인의 욕망에 대한 응시와 성찰의 메시지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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