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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불교연합 역점은 ‘이주민 자생능력’ 배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9.08.19 11:05
  • 호수 1501
  • 댓글 0

스리랑카, 미얀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네팔, 몽골과 재한줌머인연대의 이주민 불자들이 마음을 합쳐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가칭) 창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홀로 서야 하는 이주민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연합단체가 출범하는 것으로, 건강한 다문화가정으로 성장·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막을 내린 후 ‘코리안 드림’을 품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5년 후인 1993년 정부는 3D 업종 기피·고령화 저출산 현상으로 급감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하며 이주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04년에 국제결혼제도가 도입되며 이주민은 더욱 불어났다. 한국에 정착·체류 중인 이주민은 2013년을 기점으로 150만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민 사회통합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은 수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 정책의 근간은 ‘차별 배제모형’이다. 특정 이주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주민들에게는 공식적 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는 정책이다. 3D 직종과 같은 특정 노동 분야의 이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은 부여하지만 복지혜택이나 시민권 등은 아예 주지 않는 것이다. 노동계약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임시 거주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자 연기절차·심사도 까다롭고, 사업자 측의 일방적인 해고로 인해 하루아침에 불법이민자로 내몰리기도 한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 온 여성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결혼 후 ‘F-6’이라는 혼인비자를 발급받지만 2~3년마다 연장을 해야 지속적인 체류가 가능하다. 그런데 혼인 파탄이 되었을 경우 양육권을 갖지 못했다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 배우자에게 있다는 것을 피해 여성이 입증해야만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이처럼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는 외국인 여성은 가정 폭력에도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이주민들의 안착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노동의 힘겨움이 아니라 정서적 불안이라는 건 ‘그들의 푸념’이 아니다. 사실이고 증언이다. 

종교는 불안에 떨고 있는 그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모국어로 진행되는 종교의식을 통해 평온을 찾고 위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권의 사람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지만 이주민 대부분은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불교권의 동남아시아 출신의 사람들이다. 불교계가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짚어보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이주민 정착에 종교계가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행정안정부 ‘2013 이주민 지원가구 현황’을 들여다보면 외국인노동자 복지에 힘쓰고 있는 주체는 공공기관과 순수민간 단체다.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가구 및 단체는 총 1249개이고, 그중 1097개가 공공기관·순수민간 단체였다. 종교단체는 152개에 불과했고, 그중 70%가 기독교계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이주민 불자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모국에서부터 믿어왔던 불교신앙을 끝까지 지켜가며 삶의 고난을 이겨내고 있다. 자발적 보시를 토대로 한 건축불사를 통해 자신들만의 도량도 하나, 둘씩 세워가고 있다. 서울·경기권에 세워진 법당만도 9개이고, 이주민노동자들의 정신적 구심점인 스님들도 200여명에 이른다. 부처님 법아래 삶의 뿌리를 내려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문화불교연합회는 향후 이주민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 일례로 임금체불과 초과노동에 따른 일방적 손해, 직장 내부의 차별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또한 언어장애로 인한 문화적 갈등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불교계를 비롯한 학계·법조계·시민단체들과의 연대·자문을 통해 제반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방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닥쳐 온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가며 자생능력을 키워간다면 부처님 법을 숭상하는 이주민 불자들은 한국에서 무사히 정착할 것이다.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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