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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다르마의 특성과 그 함의

다르마는 승의와 세속의 특징 모두 지닌다

아비다르마는 다르마를
인식론적인 본질로 이해
세친은 현상 부정 않지만
존재론적 실체성은 부정

설일체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일체 현상을 해체해 5위75법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우리의 인식주관이나 무루지에 의해서 포착된 현상을 유위와 무위의 다르마 이론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과관계를 벗어나 있다는 3가지 무위의 현상을 포함하는 다르마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일까?

‘구사론’에서 세친이 아비다르마를 승의로서의 다르마, 즉 아비다르마를 열반으로 해석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비다르마는 다르마의 특징(法相)에 대향(對向)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의적인 열반’이나 ‘열반이라는 현상에 도달하게 하는 방편’이라는 2가지 의미로 설명된다. 이런 점에서 다르마는 무루지에 직면하는 특수한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나 인식론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이른바 다르마의 특성(法相)은 승의와 세속의 특징을 모두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다르마의 특성을 파악하는 아비다르마에 의지하여 열반이라는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아비다르마는 유루지와 무루지의 2가지 성격을 모두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열반도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인식주관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것이고, 이것을 드러내는 다르마의 속성도 존재론적 측면보다 인식론적인 본질로 이해된다. 

‘구사론’에서 다르마는 고유한 특질(svalakṣaṇa, 自相)을 지닌 것으로 정의된다. 이때 고유한 특질(自相)은 용어상 아비다르마의 단계에서 자성(自性, svabhāva)과는 구분된다. 자상은 공상(共相, sāmānyalakṣaṇa)과 대별되고, 자성(自性, svabhāva)은 타성(他性, parabhāva)과 대별되는 개념이다. 즉 자상과 공상은 인식론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으로, 자상은 전오식의 대상이 되고 공상은 의식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반면에 자성은 대상으로서의 측면 즉 존재론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으로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고, 타성은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다르마의 어의해석에 따르면 자상은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드러나는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자상은 우리의 인식주관에 포착되어진 특성(相)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르마는 우리의 주관과 관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고유한 특질이라는 것을 실체적인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존재론적 실체와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인식론적인 관점을 고려하면 다르마를 실체로서 이해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자상과 자성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예컨대 진제(眞諦) 등의 해석에 따르면, 다르마가 무루의 지혜로 대치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다르마를 존재론적 실체로서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아비다르마의 단계에서는 다르마를 인식론적인 본질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대승의 중관이나 유식학파에서는 자성과 자상을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편 이제(二諦)와 관련하여 유부는 존재를 승의유(勝義有)와 세속유(世俗有)로 분류하고, 또는 실체적 존재(實有)와 명칭적 존재(假有)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때 유부는 세속유와 명칭적 존재를 동일한 의미로, 또한 승의유와 실체적 존재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반면 세친은 승의유를 실체적 존재로 보지 않으며, 세속유와 승의유를 모두 명칭적 존재로 취급한다. 사실 세친은 승의유를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인정하는 듯하다. 즉 세친은 존재하는 현상 그 자체는 상속의 관점에서 부정하지 않고 있으나, 반면에 그 존재론적 실체성은 부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승의유의 다르마(협의)와 다양한 현상을 의미하는 가법(假法)의 다르마(광의)는 구분된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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