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9. Birth346796-005

기자명 임연숙

운·기 조화 속 생명 형성의 순간

삶의 근원 표현 김선경 작가
작품 제목에 표시된 숫자는
어머니·작가·딸의 출생연도
자연물로 생명 에너지 표현

김선강 作 ‘Birth346796- 005’, 원기둥 나무·장지위에 채색, 가변설치, 2017년.
김선강 作 ‘Birth346796- 005’, 원기둥 나무·장지위에 채색, 가변설치, 2017년.

성장의 변곡점을 찍으면 퇴화한다고 해야 하나. 일정기간 성장을 하고 정신없이 눈앞의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에 다다른다. 시간이 지나고 무르익으면서 성장을 향해 달려왔던 시간들이 새삼스러워지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이해가 되면서 기존의 생각들이 바뀌기도 하고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바뀌기도 한다. 이를 작가의 작품세계에 비추어 이런 성장의 흐름과 생각의 변화들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어 작품이 무르익기도, 그 작가만의 특색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친구로서 오랫동안 지켜 보아온 김선강 작가는 생명에너지와 삶의 근원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을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때로는 그 자체가 삶의 욕망에 대한 표현이이기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때 그때의 갈등과 생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작가의 작품에 흐르는 화두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의 작품 발표기회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품제목도 영문화되고 작품도 평면에서 입체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Birth346796-005’의 숫자 346796은 작가 어머니의 출생년도, 작가의 출생년도, 딸의 출생년도를 나열한 것이다. 작가는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표출한 바 있다. 아마도 여성작가로서 필연적으로 자신을 절제하고 자제하고 기다리고 감내해야만 하는 숫한 상황들에 대한 의문이었고, 이는 딸과 어머니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여성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포기를 넘어서는 순응의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사회적 관습과 현실에 대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나름의 해결지점을 만난듯하다. 항상 그렇듯이 갈등과 반목의 끝에서 작가는 나름의 세계를 찾아내어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전통 채색화의 입체적 실험은 해외전시에서의 반응을 토대로 발전되고 있다. 해외에서 관심과 활동을 기반으로 작가가 가장 자신다워질 때 다른 사람의 공감도 설득력이 있다는데 힘을 얻어 그동안 꽃이나 풀 등 구체적인 자연물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했다면 좀 더 추상적인 붓의 터치와 작가의 감수성이 들어간 색채로 생명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양 미학에서 말하는 운(韻, 雲)과 기(氣)의 조화이며, 그 결과로 얻게 되는 생명 형성의 순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Birth는 생명의 탄생이자 이 탄생이 이루어지기 위해 일어나는 여러 에너지의 결합과 분열이라는 자연현상의 총체를 의미한다. 여성미술의 규방공예적인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이를 좀 더 확산하여 생명체의 발원의미로 확산시켜보려는 작가의 의지와 입체화시켜 공간 속에서 3차원으로 그 느낌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원기둥으로 표현된 작품은 실내의 벽면에 걸리기도 하고 확대되어 조형물화 되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 속에서 하늘과 땅과 대기를 아우르는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501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