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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 불교문화 정수, 현대어 에세이로 읽다

  • 불서
  • 입력 2019.08.26 13:20
  • 수정 2019.08.26 13:24
  • 호수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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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 정진원 지음 / 조계종출판사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예전 병인년 1446년에 소헌왕후께서 이승을 빨리 하직하시니 섧고 슬픔에 싸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있으매, 세종께서 나에게 이르시기를 극락왕생 발원이 경전을 널리 알리는 것만 한 것이 없으니 네가 석보를 만들어 번역하는 것이 마땅하겠구나.”

훈민정음 창제 후 처음 나온 불경 언해서이자 조선 초기 불교문화의 정수로 불리는 ‘월인석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월인석보’는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합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월인석보’가 나오기 12년 전에 세종은 소헌왕후가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를 잃은 상심이 컸던 아들 수양대군(훗날의 세조)에게 “아들아, 너까지 몸 상하면 안 된다. 그러니 어머니의 부재를 잊고 그 부재를 넘어설 뜻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석보상절’을 짓는 일이고 너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아들을 독려했다.

그렇게 해서 수양대군이 10개월 만에 전체 24권에 달하는 ‘석보상절’을 완성했고, 그것을 보고 세종이 바로 600수의 노래로 지은 것이 ‘월인천강지곡’이다. ‘석보상절’은 부처님이 태어나고 열반에 들 때까지의 일생과 설법한 경전 내용을 담고 있어 조선시대 최초의 훈민정음 불경으로 일컬어진다. 또 ‘월인천강지곡’은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달은 하나이지만 지상에 있는 천 개의 강에 똑같이 도장 찍히는 것처럼, 부처님 진리가 온 세상에 두루함을 노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인석보’는 조선 전기 세종과 세조 2대에 걸쳐 임금이 직접 편찬·간행한 책이며, 초기의 한글 변천을 살피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물론, 조선 초기에 유통된 중요 불교 경전이 취합된 것이어서 당시 불교경전의 수용태도를 살필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월인석보’를 오늘날 언어로 읽으며, 불교와 훈민정음의 연관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가 출간됐다. 이야기의 풍미를 더해줄 그림도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접하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아 널리 읽히지 못했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는 국문학과 불교학을 두루 공부한 정진원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월인석보’를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했다. 독자들이 조선 초기 불교문화의 정수를 오늘날 언어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조선왕조는 무너졌다. 하지만 세종시대에 창제한 훈민정음과 세종과 세조가 힘써 만들었던 ‘월인석보’ 등 훈민정음 불경은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말과 문자가 생명을 잃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훈민정음 문자를 살아 숨 쉬게 하고 날개를 달아 600년을 비상하게 한 것은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이고, 그것을 완성도 높게 합쳐놓은 것이 ‘월인석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가 ‘월인석보’의 현대한글화에 천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세월 종로 법련사에서 강의하고 연재한 ‘월인석보’의 25권 중 첫 번째 책을 현대국어로 옮기고 다듬었다. 여기에는 세조의 절절한 사모곡과 사부곡은 물론이고, 왕이 되기 위해 저질렀던 잘못의 참회로 가득한 ‘월인석보’ 서문, 석가모니 부처님의 과거세 연등불 시절 선혜와 구이 이야기, 불교의 우주관과 세계관이 광대한 스케일로 촘촘하게 실려 있다. 전체 108장으로 이루어진 ‘월인석보’ 1권을 크게 23개 이야기로 구분한 책에서 조선의 건국, 유교 입국 속 왕실 불교, 훈민정음 창제, 불경 간행, 간경도감으로 이어지는 숱한 이야기와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월인석보’는 전체 25권 중 19권 만 전해지고 있다. “이번 생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책까지 드러나 25권 전권을 현대국어로 옮길 수 있기”를 발원한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현대어로 재탄생시킨 ‘월인석보’에서 훈민정음과 불교의 연관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이 아니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임도 이해할 수 있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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