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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아비다르마불교의 사상적 전개양상 ①

종교 성격 넘어 이론적 철학적 성격으로 전환

초기불교는 직관적인 성찰
아비다르마는 분석적 지혜
번쇄하고 모순도 존재하나
논리적인 통찰로 불교 이해

초기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체계는 ‘맛지마니카야’ 등에 설해져 있는 ‘연기를 보는 자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 연기를 본다’라는 경구에 집약되어 있다. 

초기불교의 교리는 연기와 법의 관계에 대한 붓다의 직관적인 통찰을 근거로 인간존재 문제는 5온설, 존재와 인식 문제는 12처와 18계, 실존적 괴로움이나 존재의 심연을 파헤치는 통찰은 4성제와 12연기 등으로 제시된다. 

초기불교에서 교리가 무명이나 번뇌로 인한 실존적 괴로움을 해결하여 깨달음이나 완전한 행복(열반)의 성취를 추구하는 점에서 그다지 철학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이런 점에서 초기불교의 교리는 깊은 사유와 수행론적인 직관적 성찰을 필요로 하는 종교적․사상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아비다르마불교는 설일체유부가 연기와 법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교리체계를 계승하여 통합적으로  제시한 5위75법이라는 다르마 이론에서 확인되듯이 종교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물질적인 현상(색법)과 마음자체(심법)나 심리적인 현상(심소법), 물질적이지도 심리적이지도 않은 다르마(심불상응행법)나 무위법 등의 일체를 존재론적으로 대상화시켜 75가지의 유위와 무위의 다르마로 해체한 것이다. 

이러한 다르마는 모든 존재의 특성에 대한 연기적인 통찰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르마의 특성은 용수 등이 비판하듯이 존재론적인 본질만을 제시하지 않고, 일상적인 차원에서의 인식주관(혹은 유루지)이나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무루지나 무루혜에 의해 반성적으로 보여지고 조건적으로 생멸하는 물실적․심리적인 현상들이 객관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유부가 강조하듯이 다양한 다르마는 일종의 유루와 무루의 분석적 지혜에 의해 객관적으로 대상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바둑이나 장기의 고수가 대국의 모든 과정을 복기할 수 있듯이,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붓다의 교법을 계승한 뛰어난 제자들이나 아라한 등의 성자의 반열에 든 수행자들의 반성적 성찰을 통해 체계화 된 것이다. 물론 유부의 교리체계가 모두 고도의 수행적인 체험에 근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너무 번쇄한 측면도 있고 존재론적 실체로 이해되는 점에서 용수 등의 비판의 표적이 되듯이, 여러 가지 모순점이나 미비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범부들이 인식주관과 인식대상의 관계(12처) 속에서 조건적으로 일어나는 6종의 인식(심자체)과 이러한 삼사의 만남(촉)과 함께 동반하는 다양한 심리현상(심소법) 등의 긴밀한 관계나 그 연기적인 연쇄구조를 업과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부의 다르마 이론은 인식과 존재의 관계, 수행론적인 차원이 별개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집중(sati)의 계발이나 활용여부에 따라 일상 속에서 통합적으로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즉 인식의 구조상 일상적으로 마음(인식주관, 의근)이 외부대상이나 내면적 대상(법경)을 만날 때 생겨나는 인식활동(6식)과 촉 이후에 동반되는 감정의 문제(受), 언어적으로 결부시키는 개념작용(想), 지식과 과거의 경험이나 습관 등에 연동하는 의지작용(行)은 조건적으로 생멸하기 마련이다. 

이때 우리는 주의집중의 계발이나 그 작동 여부에 따라 일상적인 차원에서도 인식주관과 대상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마음의 다양한 현상들, 즉 지식과 경험에 조건적으로 속박되는 부정적인 인식과 사고의 자동화 과정을 연기와 법의 관계로서 객관적으로 이해한 후, 분석적인 지혜와 통찰을 통해 단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김재권 능인대학원대학교교수 marineco43@hanmail.net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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