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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영화 ‘나랏말싸미’

기자명 법장 스님

‘나랏말싸미’ 보며 더딘 불교 한글화 경책하다

신미대사와 당시 여러 스님들
승복 벗고 궁으로 들어가서
한글 창제 돕는 모습 통해 
시대 맞는 불교교육 재고찰

‘나랏말싸미’라는 영화가 여름 내내 뜨거운 화두였다. 한글 창제를 둘러싼 여러 학설 중에 신미대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불교계와 다른 여론들이 역사의 객관성을 두고 수많은 논쟁을 펼쳤고 많은 사찰에서는 단체관람을 하면서 영화를 지지하기도 했다. 해인사에서도 하안거를 마치며 모든 대중들이 근처의 극장을 찾아 다함께 영화를 보았다. 나 역시도 동참하여 여러 이야기들과 대비하며 보려 했으나 영화 속의 다른 내용에 보다 깊은 감동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신미대사가 한글을 창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많은 유학자들의 반대에도 세종대왕께서 우리만의 글을 창제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했다는 것이었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 이 영화는 나에게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언어와 표현으로 불교를 가르치고 전달해야 한다고 가슴 깊이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세종대왕이 민중들에게 우리말을 알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생하는 모습과, 신미대사가 승복을 벗으면서까지 궁으로 들어가 한글창제 작업을 돕고 많은 승려들이 함께하는 모습에서 지금 우리 불교가 다시금 시대성을 갖고 교육에 대해 재고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현재 우리불교는 여러 경전과 사상 등의 한글화 작업을 부단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그 보급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반야심경’을 한글화해서 종단의 행사 등에서 독송하고 있으나 많은 사찰에서는 여러 사정에 의해 대부분이 아직도 한문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있다. 이는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여러 기본교육기관에도 존재한다. 많은 경전이 한글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보급되고 있으나 한국불교의 특성상 아직도 몇몇 경전을 제외하고는 한문을 통해 배우고 가르치고 있다. 

물론 경전에 담긴 내용을 순수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문을 통한 교육이 보다 좋을 수 있지만 원전의 내용과 한글의 의미를 동시에 겸수해서 배울 필요도 있다. 현재 기본교육기관에 있는 예비승려들이 앞으로 포교해야할 대중들은 한문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오히려 영어에 더욱 익숙한 사람들이다. 또한 모호한 표현이 아닌 객관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기에, 그런 사람들에게 불교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한문식 표현과 그것이 담고 있는 상세한 설명이 동반되어야만 그들에게 전달하고 다가설 수 있다. 

이는 불교를 외국인에게 설명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색즉시공’과 같은 표현을 우리는 바로 이해할 수 있으나 서양인들에게는 ‘공’이라는 것이 왜 비어있고 그런 구조가 되는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줘야만 납득시킬 수 있다. 물론 불교가 지식의 종교가 아닌 체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의 종교인 점도 있으나,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없다면 몇몇의 이들에게만 국한되는 종교가 될 것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禪)’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지혜의 체득이기에, 그 정수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한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한글식 지도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길을 찾는 이에게 그가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길잡이를 해주면 자연스레 인도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처음부터 높은 문턱을 둘 필요는 없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영문경전을 만들고 있는데, 이는 보다 넓은 포교를 위한 방편인 것이다. 

한문의 함축적인 표현 안에 불교의 정수가 담겨져 있지만 대부분의 경전들이 본래 인도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로 되어 있던 것을 중국불교가 섭수하고 격의불교(格義佛敎)하며 지금의 한문화가 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가깝게 알려주고 다가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의 한글화 격의불교도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세종대왕과 신미대사가 그랬듯이 변화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지만 그것을 두려워하고 멈춰 선다면 다음 세상으로의 진일보(進一步)도 없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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