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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탄허 스님과 삼보법회

기자명 이병두

경전강의로 불교에 새바람 일으켜

이한상 거사가 창립한 삼보법회
1972년부터 3년 화엄경 등 강의
대학 강의실처럼 판서하며 설명
스님 강좌엔 늘 300명이상 참석

탄허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는 달리 칠판에 판서를 하면서 열강을 펼쳐 마치 대학 강의실 같았다고 한다.
탄허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는 달리 칠판에 판서를 하면서 열강을 펼쳐 마치 대학 강의실 같았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 3년 동안 역사와 철학을 가르쳐 주고, 졸업하고 10년이 훨씬 지난 뒤 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 집까지 오셔서 ‘사기’와 ‘논어’ 등 중국 고전 강독을 하며 한문의 문리를 틔워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고등학교 2~3학년이던 1972년과 1973년에 그 선생님이 “서울에 가서 좋은 강의를 듣고 왔다”는 말씀을 하시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불편한 몸으로 버스를 몇 차례 갈아타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여주에서 서울로 선생님을 유혹(?)했던 그 강의가 누가 하는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몰라도, ‘우리 선생님이 저토록 좋아하시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분이 하는 게 분명하다’는 추측만 할뿐이었다.

선생님을 모시고 한문 공부를 하던 때 “선생님, 그때 도대체 어떤 분이 하는 강의이기에 그렇게 힘들게 찾아가 들으셨습니까?” 여쭈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응, 탄허 스님 특강인데 정말 대단했어. 스님 열반하신 뒤 이제 그런 강의를 하실 분은 당분간 없을거야” 하셨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탄허 스님 특강을 직접 들으실 수 있었으니 선생님은 복이 많으십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 손잡고 절에 다니기는 했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불교 지식도 거의 없었고 스님들에 대해서는 더욱 몰랐다. 그래서 선생님이 “탄허 스님 강의 듣고 왔다”고 하셨을 테지만 그냥 흘려듣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 탄허 스님이 그토록 대단한 분인지 알았더라면 대학 들어온 뒤에 그 법석 뒷자리에 끼어 법향(法香)을 음미하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 복까지 타고 나지는 못했나 보다.

전국에서 숱한 사람들이 찾아오게 했던 스님의 특강은 고 덕산 이한상 거사가 창립한 삼보법회 주최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초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한전척과 풍전산업을 경영했던 덕산 거사 소유의 서울 을지로 풍전상가 강당에는 스님의 특강 말고도 다양한 법회를 개최하여 불교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당시 스님을 모셨던 윤창화 민족사 사장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스님의 삼보법회 특강은 “‘화엄경’ ‘원각경’ ‘대승기신론’을 기본으로 1972년부터 3년 이상 강의가 이어졌는데 늘 300명 이상이 수강”했고, “덕산 거사가 스님이 주석하시던 개운사 뒤 대원암으로 승용차를 보내 모시고 가서 강의가 끝난 뒤에는 다시 모셔다 드렸으며”, “덕산이 갑자기 미국으로 가게 되었을 때에도 ‘내가 떠난 뒤에도 법회를 계속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라’며 각별하게 당부를 했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토해낸 스님의 법향은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스님의 강의는 다른 스님들의 법문과 달리 칠판에 판서를 하며 열강을 펼쳐 마치 대학 강의실 같았다. 예민한 독자들은 이 사진에서도 탄허 스님의 법음을 듣지 않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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