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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사후 사유재산 종단 귀속 7건뿐

  • 교계
  • 입력 2019.08.30 21:03
  • 수정 2019.09.05 16:38
  • 호수 1503
  • 댓글 4

조계종 ‘유언장’ 시행 10년 점검

승려복지‧교육기금 마련 위해
2010년부터 유언장 제도 시행
행정상 사유재산 확인 어렵고
상속법 우선순위서도 밀려나
제도 시행 10년에도 성과 미미

수년 전 고령으로 입적한 A스님은 생전 조계종에 제출한 유언장이 대필로 밝혀져 삼보정재가 속가에 귀속됐다. 스님의 유언집행자 자격 심사 과정 중 속가 유가족이 유언장 검증을 요구했고 자필 대조 결과 A스님의 글씨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고령의 스님이 유언장을 직접 작성하기 어려워 주변인이 대필한 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유언장의 효력은 상실됐고 유언집행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조계종은 사후 재산의 종단 귀속을 포기해야 했다.

최근 지병으로 입적한 B스님도 자필유언장을 남겼지만 남긴 재산은 아직 종단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도심사찰 주지였던 스님의 속가 가족들이 상속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단은 유언집행자 자격을 얻기 위해 법원의 결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유가족의 상속포기 동의를 얻지 못하면 이 절차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입적한 스님들의 개인명의 재산을 조계종에 귀속시켜 승려복지기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된 ‘유언장 제도’가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스님들이 남긴 사유재산을 확인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확인돼도 유언장의 법적효력은 미약하다. 출가한 스님이라도 입적 후에는 상속법에 따라 속가 가족들에게 그 재산이 우선 상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사유재산이 사후 실질적으로 종단에 귀속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보신문 취재결과 지난 2010~2019년 조계종이 스님들의 유언장을 토대로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킨 사례는 총 7건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조계종은 총 25건의 유언장 집행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부채가 있거나 이미 사유재산을 정리한 경우, 혹은 대필 유언장으로 법적 효력이 없는 등 이유로 집행되지 못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12건에 달했다. 현재 6건에 대해서는 집행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행 10년을 맞은 ‘유언장’ 제도의 결과라기에는 초라한 수준이다.

조계종이 수행자의 근본인 무소유 정신을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유언장 제도’는 2007년 개정된 승려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조계종은 생전에 취득한 스님의 개인명의 재산을 사망이나 환속할 경우 종단과 재적본사 그리고 거주사찰에 출연토록 승려법을 개정해 삼보정재가 속가로 유실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특히 종단으로 귀속된 재산을 승려교육과 승려복지에만 사용토록 규정해 삼보정재의 선순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승려법에 따라 조계종은 2010년 4월 ‘승려 사후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제정하고, 구족계 및 사미 사미니계 수계를 비롯해 각급 고시응시와 품계, 주지 품신 때 유언장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렇게 작성된 유언장이 있다 해도 사후 사유재산 귀속 집행 과정에서는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종단이 입적한 스님의 유언장과 인감증명서를 토대로 유언집행자 자격을 얻어도 속가 가족이 상속권을 주장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사유재산이나 유산의 상속은 사회법인 상속법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법원은 상속법에 따라 스님의 혈족에게 재산을 분배하게 된다. 조계종은 속가 가족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유언장 집행 1건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2년이 걸리는 이유다. 이런 복합한 행정절차를 전담할 실무부서도 총무원 총무부의 사찰교무팀뿐이며,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유언장 집행이 이처럼 난항을 겪자 ‘유언장 제도’를 활성화시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언집행자 자격 인증 등 행정절차를 단축시켜줄 유언장 공증제도를 활용하는 등 법적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님 전용 요양·병원 등을 건립해 스님들이 승려복지제도를 신뢰하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스님들의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에 동감하면서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라 해도 불자들의 보시로 이뤄진 삼보정재의 일부인 만큼 사후 종단에 귀속돼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효율적인 제도정착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3년 암투병으로 입적한 C스님의 경우 “사후 개인재산을 종단에 출연하겠다”는 자필유언장을 생전에 작성해 제출했지만 차량과 공금을 출납하던 통장 몇 개, 그리고 약간의 주식 등 확인된 재산은 미미했다. 종단 안팎에서 여러 소임을 지낸 C스님 주변에서는 이미 개인재산의 상당부분이 생전에 정리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고, 스님들의 사후 재산의 종단 출연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곡 스님은 “출가부터 노후, 질병, 임종까지 책임지는 종단과 본사의 승려복지제도가 완비된다면 무소유라는 유언장 제도의 취지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스님들이 마지막을 종단에 의탁할 수 있도록 시스템까지 갖춘다면 사후 개인명의 재산이 다시 승려복지로 환원되는 아름다운 회향 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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