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운주사 옆 ‘돈축’ 막아야 한다
화순군, 운주사 옆 ‘돈축’ 막아야 한다
  • 법보
  • 승인 2019.09.02 13:10
  • 호수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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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잠재목록 등재
신비의 운주사에 치명타
유산보전 1차적 책임은
전남·화순군 등 지자체

최근 화순 운주사 옆에 대형 돈사가 신축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운주사 측은 돈사 신축 예정지가 나주 지역이지만 운주사와의 직선거리로 583m인 점을 들어 “돈사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수행환경 파괴와 연간 10만명 이상 운주사를 찾는 국내외 탐방객의 참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축사신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는 운주사인 만큼 행정구역인 화순군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의 핵심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다. 인간의 창의성으로 조성된 걸작, 건축, 기술 등 인간적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주는 것,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의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특출한 증거 등의 ‘10가지 평가 기준’이 방증한다. 따라서 유사한 문화유산이 이미 존재하거나 경쟁 구도 선상에 놓여 있다면 독창성과 특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편적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가 어려운 이유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잠재목록에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신청 대상으로 결정되어 잠정목록에 등재됐다는 건 ‘등재 가치가 있다’는 예비적 평가를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잠재목록 등재 1년이 지나면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가능하다. 세계유산위원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자료 축적 등 치밀한 준비 작업을 해 두어야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하다. 그런데 서류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특히 운주사처럼 유형문화유산인 경우 보존관리가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유산 위원회의 최근 동향을 보면 등재 심사를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유산을 등재불가, 보류, 반려한 바 있다. 심지어 이미 등재된 유산도 훼손됐거나, 파괴·유실 등의 요소가 있으면 ‘위험유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유산 등재기준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보존관리 계획’이다. 세계유산협약이행을 위한 운영 가이드라인 제108조에 따르면 ‘당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보존되어야 하는 지를 상술한 적절한 관리계획이나 기타 문서화된 관리체계를 구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는 물론 이전에도 중장기적인 보존·관리계획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서류상의 관리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 이행이 중요하다. 세계유산 보유국은 세계유산위원회 측에 6년에 한 번씩 문화유산 보존유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훼손위기, 가치상실 위험 등에 처한 상황을 NGO나 시민단체가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하면 불시에 점검할 수도 있다.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영양) 보호지역과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세계유산 등재에서 제외됐다. 오릭스 보호지역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주 원인이었다. 생태계를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엘베 계곡은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계곡 내부에 다리를 설치한 게 화근이었다. 자연적 경관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 지위를 상실했다.

운주사와 축사예정지 사이에 산이 있다고 해서 운주사에 미치는 악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운주사는 고산 지대에 자리한 절이 아니다. 운주사를 둘러싼 능선의 높이는 해발 150m 남짓하다. 능선이라기보다 사실상 언덕에 가깝다. 더욱이 천불천탑과 절은 능선 아래의 평지에 서 있다. 엄청난 악취가 넘어올 건 자명하다. 수행도량 운주사, 관광자원으로서의 운주사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세계유산의 보호와 관리의 1차적 책임은 관리단체인 지방자치단체에게 있다. 잠정목록에 등재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화순군청은 자체적으로 화순 8경을 홍보하며 ‘제1경 화순적벽’에 이어 제2경으로 ‘화순 운주사’를 꼽고 있다. 석탑 21기, 석불 93구가 신비롭게 들어 선 운주사를 그 누구보다 보호해야 할 화순군이다.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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