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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역사 두 속성 지닌 ‘삼국유사’는 ‘종합보고서’

  • 교학
  • 입력 2019.09.02 14:32
  • 호수 1503
  • 댓글 0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삼국유사 깊이 읽기~’ 신작 출간
‘장님 코끼리 만지기’ 벗어나야
한국인의 본질 이해할 수 있어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삼국유사는 분량도 적을뿐 아니라 스토리 면에서도 사랑‧복수‧음모‧반전 등의 서사 내용이 그리스 로마신화나 인도‧중국‧일본신화 등에 못 미칩니다. 그럼에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그 까닭이 소박함에 있다고 봅니다. 가공되지 않은 순박미에서 한국인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지요.”

신종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사진>가 최근 ‘삼국유사 깊이 읽기-우리 고전으로 벌이는 열 번의 잔치’를 펴냈다. 한국고대사를 전공한 신 교수는 주로 신라사에 힘을 기울였는데 그 분야 사료의 상당 부분이 ‘삼국유사’에 있는 만큼 신라 관련 조목은 물론 고조선조나 백제의 무왕조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한 바 있다.

‘삼국유사’가 언급하고 있는 분야는 역사는 물론 문학, 미술사, 불교학, 민속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신 교수는 이를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종합보고서”라고 표현했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우리네 삶의 방식과 놀이, 순례방식을 눈여겨본다면 1000년 전 광경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교수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구사하지 않으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 되기 십상”이라며 “사학계에서 삼국유사를 다루는 방식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사료로 인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설화로 치부해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우리의 제1고전에 대한 연구방법론이 적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신 교수는 저서에서 매 챕터를 ‘마당’이라 이름 붙여 지금까지의 통설을 되짚어봄으로써 논의를 시작한다. 전체 열 마당으로 구성된 저서에서 ‘삼국유사’ 편찬상 특이점 및 오류에 대한 지적도 놓치지 않았다.

첫 마당은 고조선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화의 곰과 호랑이에 대한 인류학 이론 등 난무하는 여러 가지 억측에 대해 신 교수는 우리 민족의 애니미즘을 말하려면 호랑이를 제쳐놓고는 불가능함을 여러 민담이나 산시도 및 민속을 들어 설명했다. 신 교수는 “어원적으로는 곰이나 호랑이 모두 신(神)을 뜻하지만 한자만 쓰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환웅이 신시(神市)로 내려왔다는 것도 처음 인간이 점지되는 즈음에 이미 도시‧시장이 있었다는 것으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市’는 ‘시’가 아니라 숲을 뜻하는 ‘불’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 신 교수는 “이런 광경은 오늘날의 서낭당이나 마을숲의 제단을 보면 자명하다”며 “여컨대 단군신화를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로부터 접근해야 제대로 된 신화의 모습이 보인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열 번 째 마당에서는 선화공주와 서동 이야기에 대해 “후대 설화의 주인공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결혼이야기에 대해 무왕의 즉위와 엮어 지나치게 역사학적으로 접근하지만 이러한 전개야말로 사실과 별개로 존재하는 ‘이야기문법’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문학과 역사 두 가지 속성을 지닌 ‘삼국유사’를 재미있게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신 교수는 “이야기란 원래 흥미진진한 것인데 그런 콘텐츠를 등한시 해 맥이 빠지는 사태가 일어났다”며 “우선 흥미가 있어야 관심과 연구도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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