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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불국사 청운교‧백운교

기자명 이병두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위기 맞다

751년 김대성 대가람 축조해
20세기초 전각·당우 일부남아
일제 수리한다면서 철거 계획
그뒤 누군가에 의해 계획 변경

위태로운 모습의 불국사 청운교·백운교와 자하문(1914년 촬영).
위태로운 모습의 불국사 청운교·백운교와 자하문(1914년 촬영).

불국사와 석굴암은 우리 국민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에는 전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와 감탄사를 이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들이 비슷한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특히 불국사는 창건 이래 1000년 세월을 거치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를 빼고는 불국사의 현재 가람 배치와 전각‧불탑 등이 모두 통일신라시대에 김대성이 창건할 당시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불과 100여년 전 불국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 일반인들의 이런 상식이 깨지면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불국사하면 석가탑, 다보탑과 함께 사람들이 맨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청운교‧백운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청운교와 백운교가 완전히 사라질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찌 그럴 수가?”하면서 ‘일제의 만행’이나 ‘문화 침탈’이라는 말로 그 모든 것이 설명된다.

옛 기록 등을 보면, 불국사는 751년에 김대성이 축조할 당시 약 2000칸에 이르렀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된 뒤 19세기 초까지 40여 차례 중수를 거친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전국 문화재 조사사업을 펼칠 때 불국사를 실측하고 남긴 도면을 보면 대웅전과 자하문 등의 영역과 본전(극락전)‧안양문 영역 등 두 부분만 남아있어 ‘대가람 불국사’의 본래 모습은 상상조차하기 힘들다. 1914년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보듯이 그나마 남아 있던 전각과 당우도 언제 무너져 내릴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1918년 일제 당국이 만든 ‘불국사 수선(수리) 공사 설계도’가 몇 년 전 발견됐다. 이를 살펴본 전문가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불국사 정면 하단 석축 돌난간 기둥과 청운교‧백운교 등의 돌계단 난간 등을 없애는 것’으로 계획하였다가 ‘석축과 계단의 돌난간을 대부분 복원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고 한다. 일제 당국이 왜 “불국사 석축, 청운교‧백운교 등 계단의 난간 시설 등을 없애려고 했는지?”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쨌든 저들이 처음 계획했던 대로 밀고 나갔으면 문덕수 시인이 “청운교 건너 잠시 숨 고르고 / 올라온 길 굽어보니 가파르고 / 돌아서 오를 길 우러러 보니 / 도리천(忉利天) 달디단 향내 문득 머리 위에 쏟네 / 백운교에 다시 첫발 올려 내 삶 다잡으니 / 저 아슬한 자하문 비로소 열리고/ 다보탑 석가탑이 뿌려놓은 꽃길도 보이네”라고 읊었던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보지 못할 뻔하지 않았는가.

당시 설계 변경을 주도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그 고마운 이름을 우리 역사에 기록할 수 없지만, 그가 ‘청운교‧백운교’를 살려내는 큰 공덕을 지을 인연을 타고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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